"투명 투표함 들고 군인들이 방문"..러 합병 투표 사실상 강제해

이종희 2022. 9. 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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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의 합병 주민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투명 투표함을 사용하고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투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AP통신, BBC,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친러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곳과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에서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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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현지 주민 "무장 병사들이 합병 찬반 묻고 용지 걷어가"
공개된 투표 현장 사진에 투명 투표함에 사용 확인돼
점령지 합병 기정 사실화…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
러, 올해 국방예산 43% 증액…전쟁 장기화 대비 차원

[도네츠크=AP/뉴시스]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가 진행 중이다. 현지 주민들이 투명 투표함에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2022.09.24.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러시아가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의 합병 주민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투명 투표함을 사용하고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투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AP통신, BBC,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친러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곳과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에서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BBC는 무장한 러시아 병사가 집집마다 방문해 합병 찬반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현지 주민은 “병사에게 찬반 여부를 직접 말해야 하고, 병사가 적은 용지를 갖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군인 앞에서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주민들은 박해를 받을까 염려하고 전했다.

AP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주민들이 개방된 장소에 모여 투표한 뒤 투명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이 확인됐다. 주민들의 찬반 여부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러시아 정부는 점령지 합병을 기정 사실화하고 자국 영토 보호를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오는 29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편입을 위한 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이 28일 제출되고, 29일 하원에서 검토 및 채택이 이뤄진 후 30일에는 편입 절차가 진행 것으로 보인다. 30일 편입 절차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합병한 지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헌법에 추가로 명시될 영토를 포함한 러시아 전 영토는 국가의 완전한 보호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 투표를 가짜 투표라고 비판하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합병 주민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내년 국방비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최근 편성한 3개년 재정계획안에서 내년 국방예산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3%에 해당하는 5조루블(약 120조원)로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3조4700억루블(약 85조원)로 편성한 초기 예산보다 약 43% 증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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