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심사위원장을 찾습니다

2022. 9. 2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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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2명 중도 사임.. 권한 한계·조직 구조 탓 '실질적 독립성' 보장 어려워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9월 22일 현재 공석이다. 지난 2년 동안 위원장 2명이 중도 사임했다. 대체역 심사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여부를 심사하는 기구로 2020년 6월 출범했다. 병무청 산하에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여부를 심사하는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홈페이지에 9월 22일 현재 ‘위원장 인사말’란이 비어 있다. 위원장은 공석이다. / 대체역 심사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진석용 대전대학교 교수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오랫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주장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다. 10개월 만인 2021년 4월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뒀다. 6개월의 공백을 거쳐 2021년 10월 조경호 전 청와대 사회통합비서관이 2대 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도 지난 7월, 9개월 만에 사임했다. 직후 김진표 국회의장의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김 의장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은 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한다. 한차례 연임도 가능하다.

국방부는 차기 위원장 선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장은 국방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적당한 인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심사위 안팎에서 제기된다. 위원장의 업무 특성, 독립성 등 위상과 권한과 같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 나온다.

잘해도 욕먹는 자리 대체역 심사위는 위원장(상임위원)을 비롯해 총 29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위원장 직무는 또 다른 상임위원인 사무국장이 대행하고 있다. 초대 위원장인 진 교수와 다른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원장은 ‘잘해도 욕만 먹으면서 업무 스트레스까지 큰’ 자리로 평가된다.

위원들은 여러 기관에서 추천한 인물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병무청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 추천한 5명,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추천한 4명 등이다. 그런 만큼 의견이 다양하다. 아울러 논의 주제도 민감할 수밖에 없어 회의 때 자주 격론이 벌어진다고 한다. 위원장은 논의를 이끌고 중재해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위원들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갈 때도 있다고 한다. 대체복무의 인용·기각 여부는 표결이 가능하지만, 심사 및 조사의 절차·방법 등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 더 그렇다. 위원장이 중재에 나서도 자칫 한쪽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또 위원장은 조직 장악력과 지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장은 법에 따라 심사위를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지만, 실질적으론 ‘허수아비’에 그칠 우려도 있다.

심사위원을 제외한 다른 직원 30여명은 조사를 수행하고 행정 업무 등을 담당한다. 이들은 병무청에서 전보한 공무원들이다. 이들의 인사권은 병무청장에게 있다. 인사권은 조직을 통솔하는 핵심 권한이다. 직원들이 위원장이 아니라 병무청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정부가 2020년 3월 마련한 대체역법 시행령에는 심사위원장이 소속 직원들의 인사권을 병무청장으로부터 어느 정도 위임받도록 규정했다. 최종 시행된 안에서 빠졌다.

물론 병무청장이 심사위의 구체적인 업무에 간섭하지는 않는다. 다만 병무청장이 주기적으로 심사위 직원들의 기본적인 복무 사항과 관련한 지시 공문을 하달했다고 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지시 이행의 계획, 이행 여부 등의 보고서를 작성해 병무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사회를 경험한 적이 없는 민간인들로선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심사위 소속 공무원은 위원장이 챙기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는 시각이다.

대체역법과 그 시행령에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있다. 구체적으로 병무청과 위원회 사무기구를 실질적으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위원회에 파견된 정부 소속 공무원이 아니고서는 협조 외에 지시, 의견제시, 협의 등 업무 수행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위원장의 부실한 권한과 조직 구조 탓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위원장은 업무 과정에서 병무청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관급에서 1급으로 하향 독립성과 연결되는 위원장의 직급도 위원장 자리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체역법과 ‘병무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시행령) 등은 위원장을 가등급(1급) 고위공무원으로 임명토록 한다. 정부는 당초 2018년 12월 대체복무안을 설계할 때 위원장은 차관급 정무직으로 두려 했다. 제도 설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1급은 실무적인 느낌이 강하다. 차관급이면 독립성 등에 있어서 상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1급으로 내려갔다. 2019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소위원장인 백승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1700명을 지휘하는 병무청장이 차관급인데 대체역 심사위원장을 차관급으로 둔다는 것은 체계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이에 동의했다.

박재민 당시 국방부 차관은 “고위공무원으로 위원장을 임명하면, 기관장의 부하 직원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그러다 보니 공정한 심사가 저해될 수 있고 외부에서 보기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나 공정성 논란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무직 임명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위원장의 위상이 독립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실질적인 내용이나 형식적으로도 독립성이라는, 이 제도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것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라며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와 협의가 됐다”고 했다.

또한 고위공무원으로 임용되려면 인사혁신처의 ‘역량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공무원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이런 평가에 익숙하겠지만, 공직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에겐 생소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다. 역량평가를 이유로 고사하는 사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명성만 얻기 위해 위원장을 맡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에 봉사한다는 개인의 사명감에만 기대기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위원회의 사회적 의미와 상징성 등을 두루 고려해 그에 걸맞은 직급과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 위원장으로서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끔 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다만 직급을 높인다고 독립성이 자연스럽게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직급을 높여도 특정 기관의 밑에 설치돼 있으면, 해당 기관장의 간섭을 받을 여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체역 심사위를 향한 사회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심사위는 대전 서구의 지하철 시청역 부근에 있다. 한 심사위원은 “심사위 사무실 앞에 정부기관 로고까지 걸려 있는데도, 보조출연자(엑스트라 배우)를 심사하는 곳으로 아는 시민들도 있다. 인식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홍보를 하면 ‘병역거부를 홍보하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위원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병무청은 “언론보도나 인터뷰, 기고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했다”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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