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여는 '뉴 스페이스'.. 민간 우주시대 활짝

양진원 기자 2022. 9.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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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민간 주도 성장, 다시 뛰는 대한민국] ④ 정부, 기업과 합심해야.. 적극적 투자 '관건'

[편집자주]한국이 복합 경제 위기에 처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상황 속에서 나랏빚은 1100조원에 육박하고 무역적자 규모가 심화되는 등 악재가 쌓이고 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긴축통화 기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인 여건도 최악이다. 특히 내년 세계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란 경고음도 울린다.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결국 민간의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활력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에 정부는 정책 방향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로 잡고 민간 투자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전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로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며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가고 있는 '팀 코리아'의 발걸음을 따라가 봤다.

정부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 궤도선 '다누리'의 발사 성공을 발판으로 민간이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해 분주하다. 사진은 누리호가 지난 6월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퍼펙트 스톰' 경고음… 돌파구는 '민간 주도 성장'
②위기극복 팔 걷은 기업들… 한국 도약 이끈다
③기업 끌고 정부 밀고… K-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쥔다
④기업이 여는 '뉴 스페이스'… 민간우주 시대 활짝
⑤"이번엔 K-원전"… 글로벌 시장 '정조준'
⑥규제 풀고 슈퍼앱 기반 디지털 유니버설뱅크 육성
⑦가상자산 활성화… 불법 공매도 제도 손질
⑧'제2 중동 붐' 만들자… 해외건설 투자 급부상
⑨재건축·재개발 새판 짠다
⑩민간 주도 성장, 성공 조건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6월 우주로 날아오른 데 이어 달 궤도선 '다누리'까지 두 달 뒤인 8월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국 우주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 등 유수의 기업들이 뛰어든 결과다. 세계 우주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는 민간과 힘을 합쳐 지구정지궤도를 넘어 달·행성까지 운송이 가능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진정한 민간 주도의 우주 시대 '뉴 스페이스'를 연다는 목표다.


우주산업 첫 발… 민간 뒷받침 컸다


최근 한국의 우주 산업이 진일보한 데엔 민간 기업의 노력이 있었다. 사진은 다누리가 지난 8월26일 14시 지구로부터 124만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호는 지난 6월21일 총 1.5톤의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700㎞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1~2단 로켓의 점화와 분리, 3단 로켓에서 위성의 분리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다. 2010년 3월부터 착수한 누리호 개발은 발사체뿐 아니라 발사 기반시설까지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시도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 만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다. 우주 개발 30여년 만에 우주 강대국과 견줄 만한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자력 발사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국에 그친다. 특히 실용(무게 1000㎏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이스라엘·이란·북한을 제외하면 6개국에 불과하다.

달 탐사선 다누리까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한국 우주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다누리는 지난 8월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 발사체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날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다누리는 약 4개월 반의 항행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16일쯤 달 궤도에 진입하고 같은 달 31일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에 안착할 예정이다.

2023년 1월부터는 달 상공 100km의 원궤도를 돌며 1년간 달의 자기장·감마선 측정 등의 과학연구, 우주인터넷 기술검증 등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정부는 다누리 연구를 토대로 2031년까지 달 착륙선을 자력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이 같은 쾌거에는 민간기업의 뒷받침이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누리호의 '발사대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하고 발사운용까지 수행했다. 한화의 우주 사업 관련 계열사들도 한몫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된 6개의 엔진 전체를 공급하고 조립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한화시스템은 누리호에 사용되는 통신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했다. ㈜한화는 우주발사체와 위성추진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KAI는 누리호의 체계총조립을 맡고 다누리에선 구조체 시제작·조립시험을 지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다누리와 교신하는 초대형 심우주지상안테나를 제공했다. 해당 안테나의 지상 운영 시스템 제작에는 한컴인스페이스, 쎄트렉아이, 솔탑, 비욘디솔루션, 케이씨이아이 등이 참여했다.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 성공은 한국 우주개발 영역을 달까지 확장했을 뿐 아니라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뉴 스페이스 시대 열려면… "정부 역할 중요"


우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뉴 스페이스' 시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주 관련 시장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를 필두로 버진갤럭틱·블루오리진 등 우주 탐사기업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2018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서 연평균 5.3% 커져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마켓츠앤마켓츠도 우주 관련 사업 중 위성 이미지 데이터 시장에 주목했다. 해당 시장 규모는 2021년 59억달러(약 7조원)에서 2026년 167억달러(약 2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우주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우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 7월 말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는 '체계종합기업 선정' 공고를 게재, 사실상 미국의 스페이스X처럼 국내 우주 사업을 기업에 일임키로 했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2027년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누리호의 4회 반복 발사를 주관한다.

한국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우선 국내·외 우주 스타트업 관련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국내 우주산업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 미만일 정도로 미미하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기술을 지원해 더 많은 대기업이 투자하도록 독려하고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뉴 스페이스라고 해서 무작정 기업 중심의 우주 개발만 추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팀 책임연구원은 지난 8월10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열린 포럼에서 "정부의 우주개발 프로그램 과정에서 정부와 군,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우주 전담기구의 필요성 역시 커진다. 정부는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한국형 항공우주국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에 세우기로 했다. 항공우주청은 국방부, 과기정통부, 항공우주연구원 등 각 부처에 흩어진 우주 정책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기구다. 우주 정부전담조직을 신설할 경우 과학기술, 국가안보, 외교 등 포괄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달 탐사선 발사, 달 착륙선 개발 등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국내외 우주 개척 활동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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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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