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인플레도, 침체도 얕보고 있다"..이번 주 인플레 향방은?[글로벌주간뉴스]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2. 9. 2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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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최저점 기록한 다우존스..월가 추가 전망
FOMC매파 메시지에 "파월이 경기침체 용인"
'기준금리 올리면서 GDP 상승'은 모순..월가 비판 잇따라
30일 8월 근원 PCE 발표..전월대비 0.5% 올라 인플레 강화
[서울경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때 출구가 어딘지 모른다면 일단 속도를 늦추고 우측 차선에 붙어야 합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1차선 추월 차로에서 어떤 표지판도 보지않고 내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이 진출로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지난주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월가의 투자은행 중 한 곳인 바클레이즈의 조나단 밀라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논평입니다. 연준이 FOMC에서 내놓은 금리 전망,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 등을 고려할 때 과잉 긴축을 기정사실로 봐야한다는 것이지요.

시장의 충격은 컸습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지난 한주동안 4%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점을 찍었습니다. 23일(현지시간) 2만9590.41에 장을 마감하면서 지난 6월 17일에 기록된 올해 다우지수 최저치(29,653.29)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FOMC 개최전 시장 일각에서 '6월 최저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봤던 전망이 무너졌습니다.

S&P500은 주간 4.6% 가라앉았습니다. S&P500의 23일 종가는 3693.23이었는데요, 연내 최저점이었던 6월 16일( 3666.77)에 근접했습니다. 장중에는 이보다 더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연내 최저점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의 하락폭도 주간 5.1%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끝이 아니라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골드만삭스가 S&P500 연말 목표치를 기존 4300에서 3600으로 16% 하향 조정했습니다. 연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네요. CFRA리서치 관계자는 "S&P500이 6월 저점 아래로 떨어질 경우 매도세가 확산되면서 지수가 32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S&P500이 6월 저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안한 전망입니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입니다. 마이클 하트넷 BofA글로벌리서치 최고투자전략가는 "5개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30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S&P500 지수가 3020선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던 2020년 5월이 마지막입니다. 이 말 대로라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준과 미 행정부가 확장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펼치며 올랐던 미국 증시의 상승분을 5개월 내 고스란히 반납한다는 의미입니다. 하트넷 최고투자전략가는 “5개월간 국채 금리가 5% 오를 수 있다"며 "국채 수익률 정점 시기가 증시의 바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은 경기침체 용인”···FOMC ‘발언·수치·뉘앙스’ 3박자 모두 매파였다.

뉴욕 증시가 흔들리는 이유는 결국 연준발 경제 경착륙 우려 때문인데요, 특히 FOMC에서 나온 4가지 포인트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파월 의장의 기자 회견 발언입니다. 파월의장의 FOMC 기자회견의 발언은 사실상 경기침체를 용인하겠다는 메시지가 녹아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발언이 바로 “고통 없이 인플레이션을 뒤로 물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였는데요,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르는 것은 피할수 없고, 그렇더라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것이겠지요.

파월은 또 "경기침체가 올지, 온다면 어느정도 깊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우리가 쓰는 방법은 경제를 둔화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지만 경제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입니다. 에버스코어ISI의 줄리앙 에마누엘 전략책임자는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지지하면서 시장의 심리를 약세로 몰았다”고 했습니다.

발언보다 더욱 시장이 놀랐던 부분은 '점도표' 였습니다. 연준은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중위값으로 4.4%, 내년은 4.6%로 제시했는데요, FOMC 이전 연준이 이정도 수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월가 투자은행은 사실상 노무라 정도 밖에 없습니다. 다른 기관들은 연내 4.25% 내년 4.5% 수준을 전망했었는데요, FOMC이후 월가 투자은행들은 부랴부랴 전망치를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연준이 보고 있는 목표 금리 수준이 높았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FOMC 이전까지 내년 기준금리가 4.0~4.25%로 봤는데요, 이를 4.5~4.75%로 0.5%포인트 상향했습니다. 목표금리를 4.25~4.5%로 점쳤던 씨티은행도 연준의 눈높이에 맞춰 전망치를 4.5~4.75%로 높였습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홀렌호르스트는 “우리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매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강조해왔다”며 “그렇지만 연준의 매파적 기조는 우리의 예상을 능가했다”며 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보다 더 높은 4.75~5%로 전망치를 수정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돌려말하면 경착륙 확률도 한 층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월가에서는 심지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의 결과로 나타날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연준의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안떨어질수도 있고, 실업률이나 성장률은 더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연준이 제시한 국내총생산(GDP)와 실업률 전망이 낙관적이고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떻게 금리를 더 높여서 긴축이 강화되는 와중에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것이지요.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금리 전망은 연말 4.4%, 내년 4.6%로 올릴 것으로 봤는데요, GDP 성장률은 올해 0.2%에서 내년 1.2%, 내후년 1.7%로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바클레이즈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경제에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전망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했구요, BofA의 마크 카바나 미국 전략 책임자는 "연준의 경제전망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실업률도 마찬가지인데요, 연준은 현재 3.7%인 실업률이 내년과 내후년 4.4%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봤지습니다. 경제가 올해 0.2%에서 내년에는 1.2%로 성장 폭을 키우는데,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모순이란 지적입니다. 경제가 내년에 더 하락하거나, 실업률이 줄어들거나 둘 중 하나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가는 금리 상승을 기준으로 실업률 전망을 연준보다 높여 잡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하락한다고 보는 것인데요, TD뱅크는 4.8%, BofA는 5.6%를 제시했습니다. 시장 추산으로는 실업률이 4.4%로 오르면 실업자가 120만명이 늘어난다고 보기때문에, 5.6%면 200만명 이상의 대량 실업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를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월가가 고통을 과대평가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문제는 경기침체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이라는 연준의 전망또한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연준은 올해 말 인플레이션 지표 중 하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4.5%로 봤는데요, 동시에 내년 금리 전망 중위값은 4.6%로 봤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고경제논설위원 그렉 이프는 "실질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 수준인데, 어떻게 내년 인플레이션이 3.1%까지 갈 수 있느냐"며 "연준은 사실 고통없이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급망 완화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의 자연 해소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죠.

전 미국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 금요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필요한 영역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물가 2%목표 달성을 위해 실업률이 5%까지 가야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희망을 갖는 건 좋은데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연준이 바라는 대로 인플레이션의 자연감소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어, 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는 더 큰 경기 침체를 부르겠지요. 현재 금리 수준에서도 GDP가 하락하거나, 실업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월가가 실업률 전망이나 금리 인상 전망을 더 높이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엎친데 덮쳤다... 영국의 감세 발표에 이탈리아도 재정지출 확대 예고

이 와중에 유럽도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했습니다. 간단히 짚고만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지난 금요일 영국은 소득세 기본세율 인하 등 총 450억 파운드(약 70조원)의 감세 발표를 했는데요, GDP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세수 부족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차입 비용은 늘어난 상황에서 재정 확보를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니 영국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이탈리아에서도 재정 지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의 당선이 유력해 일찌감치 이탈리아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최저치인 파운드당 1.0859달러까지 급락하며 패리티에 근접한 채 마감했습니다. 유로화도 0.9687달러까지 가치가 낮아지며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연준의 긴축 질주로 가뜩이나 달러 강세가 전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재정 건전성이 낮아질 경우 달러 수요는 더욱 커지고 유럽 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시장과 세계 경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준의 질주 속도를 늦추고 목적지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모든 고통의 근원인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는 신호가 절실합니다. 이에 이번 주에 주목해야 할 수치도 바로 연준이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입니다.

8월 근원 PCE 전월대비 0.5% 상승 전망···연준 1~3인자 나란히 이번주 발언

8월 PCE는 현지시간 30일(금요일)에 발표됩니다.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전월 대비해서 떨어지거나 적어도 상승폭을 키우지 않아야 할 텐데요, 현재 시장의 전망치는 전월 -0.1%였던 PCE 수치가 8월에는 0.1%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식품과 연료를 제외한 근원 PCE의 경우 전월 0.1% 상승에서 8월은 0.5% 상승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앞서 13일 발표됐던 8월 CPI와 비슷한 흐름입니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을 지났다는 의미입니다.

같은날 또다른 중요한 지표는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입니다. 확정치가 발표되는 데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연준도 주요 참고자료로 보고 있습니다. 전월 59.5였고, 이달도 59.5로 예상됩니다.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소비자들이 경기가 좋아졌다는 심리 우세, 아래면 좋지않다는 심리가 우세입니다.

이밖에 27일 7월 미국 주택가격이 나옵니다. 판매량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지만 주택 가격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요, 이번에는 전월 0.1%상승에서 0.0%로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주택 월세는 인플레이션의 40% 가량을 차지합니다. 주택가격이 떨어져야 월세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는 구조입니다.

이번주 연준 관계자들도 총 8명이 12회에 걸쳐 연설에 나섭니다. 26일에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구요.

27일에 △파월 연준의장이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 △크리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연설합니다.

28일에는 △보스틱 총재 △에반스 총재가 각각 또다른 연설이 있고, 29일에 △메스터 총재 △데일리 총재가 연설합니다.

30일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연준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연설에 나섭니다.

이들 발언을 통해 경제 전망에 대한 시장의 혼란이 줄고 방향성이 뚜렷해 질 수 있을지, 또는 또 다른 우려가 불거질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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