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당당함·자신감 앞세워 6년 만에 '걸그룹 새 역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걸그룹 블랙핑크가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K팝 걸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는 힙합 베이스의 음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드러내는 한편, 특유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앞세운 '멋있는 모습'으로 남녀 불문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워너비'(Wannabe)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음악 외에도 멤버마다 4인 4색 매력을 뽐내며 연기, 패션, 환경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YG 차세대 걸그룹으로 주목…잇딴 히트곡으로 대세 등극
26일 가요계에 따르면 블랙핑크는 지난 2016년 데뷔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의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과 '붐바야'로 가요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손꼽히는 대형 가요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가 2009년 투애니원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걸그룹으로 출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네 멤버들은 뛰어난 춤·노래·랩 실력을 갖춘 데다가 수려한 외모까지 지녀 이른바 '완전체 걸그룹'으로 단번에 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블랙핑크는 이후 '불장난', '마지막처럼',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러브 식 걸스'(Lovesick Girls) 등 힙합 리듬을 베이스로 하는 세련된 음악들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폭넓은 인기를 과시하며 대세 K팝 아티스트로 등극했다.
통상 K팝 가수들이 일 년에 2∼3장의 싱글 혹은 미니음반을 발표하며 다작(多作)에 매진하는 것과 달리, 블랙핑크는 데뷔 이후 6년간 싱글 3장, 미니음반 2장, 정규음반 2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그만큼 음반과 음반 사이의 기간이 무척이나 길었음에도 이들은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하는 2집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 가사처럼 공백기가 무색하리만큼 건재함을 뽐냈다.
블랙핑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8년 발매한 '뚜두뚜두' 때부터였다. 이들은 이 노래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각각 55위와 40위로 처음 진입했다.
블랙핑크는 이후 '핫 100'에서는 '킬 디스 러브' 41위, '사워 캔디'(Sour Candy) 33위, '하우 유 라이크 댓' 33위,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Ice Cream) 13위, '러브식 걸스' 59위, '핑크 베놈'(Pink Venom) 22위 등 준수한 성적을 냈다.
'빌보드 200'에서도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으로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2집으로 데뷔 6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블랙핑크는 가수들의 주요 신곡 홍보 창구가 된 유튜브에서도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8천180만명에 달해 전 세계 아티스트 가운데 1위다.
유튜브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최근 1년 간 유튜브 조회 수는 72억2천만건에 달한다.
조회 수가 높은 국가 톱 10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0위에 그친다. 1위 인도를 비롯해 2위 태국, 5위 멕시코, 8위 미국, 9위 터키 등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블랙핑크의 이번 2집 타이틀곡 '셧 다운'은 K팝 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주간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는 이에 2집 선공개곡 '핑크 베놈'을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선보이는 등 국내 음악 방송 대신 글로벌 홍보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강력한 퍼포먼스 속 자유분방함이 매력…BTS 인기 잇는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지난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당당함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가장 (우리의 정체성과) 가깝다"고 매력을 소개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차원에서 이들의 인기를 분석한다.
가요계에서는 우선 블랙핑크의 전 세계적인 인기 원인으로 이들 특유의 '멋'을 꼽는다. 수려한 외모와 빼어난 실력에 더한 '플러스 알파'가 글로벌 팬심을 자극했다는 이야기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는 노래 자체가 방탄소년단(BTS)이 그랬던 것처럼 북미 시장에 없던 스타일로 장르적인 차별화를 이뤄냈다"며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도 자유분방한 모습을 담아냈고, 적극적이고 강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점도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블랙핑크의 '셧 다운'은 파가니니의 '라캄파넬라'를 샘플링해 세련된 힙합 비트를 입힌 곡이다.
임 평론가는 그러면서 "자유분방함 속에서 '킬링 파트'(핵심 구절)를 통해 매력을 발산하니 이목을 집중시킨 게 아닌가 한다"며 "멤버 4명이 하나하나 다 매력 덩어리"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은 걸그룹 팬덤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은 상황인데, 블랙핑크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며 "이들은 일단 멋있다. 미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와 랩이 여성들이 봐도 동경할 정도의 멋스러움을 담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2집은 힙합을 베이스로 삼았는데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보다는 보이그룹 정도의 강렬한 모습을 전면에 드러냈다"며 "이제는 걸그룹도 남성이 아닌 여성 팬층을 잡아야 하는 것으로 소비 시장이 바뀌고 있는데 블랙핑크의 전략이 이것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글로벌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요계에서는 블랙핑크가 K팝 한류의 정점을 이은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정 평론가는 "걸그룹으로서 방탄소년단(BTS)을 잇는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평론가 역시 "방탄소년단은 보이그룹이기 때문에 병역 문제로 활동의 연속성을 가지기가 쉽지 않은데 블랙핑크는 이러한 제한이 없기에 앞으로 3년은 너끈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탄소년단 다음은 블랙핑크의 시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음악 외로도 영향력 막강…기후 변화 잇따라 경고하기도
블랙핑크는 이 같은 인기를 기반으로 음악 외의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 홍보대사로 임명돼 기후변화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SDG 모멘트)에서 영상을 통해 변화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로제는 "기후 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아름다운 자연과 에너지를 비롯한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함께해야 한다. 오늘의 선택으로 모든 글로벌 목표에 대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리사는 "우리는 생각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모두의 미래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더 많은 배움과 지식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이들은 지난 5월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6) 홍보대사로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에 참석해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블랙핑크 네 멤버들은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도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이들은 샤넬(제니)·생로랑(로제)·디올(지수)·셀린느(리사) 등 각자가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 앰베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며 MZ세대의 선망을 끌어내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들 브랜드가 블랙핑크를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영향력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과 계층을 아우른다는 방증이다.
블랙핑크는 다음 달 서울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을 순회하며 전 세계에서 150만명을 만나는 걸그룹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에 돌입한다.
tsl@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수능날 서울 고교서 4교시 종료벨 2분 일찍 울려…"담당자 실수"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