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드리 헵번' 염정아, '인생은 아름다워'로 날아오르다[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염정아(50)는 화려하게 데뷔해서 진정성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힌 그는 90년대 초반 최고의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CF에 집중하던 다른 미스코리아들과는 달리, 염정아는 훤칠한 키에 화려한 미모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랐다. 염정아 연기인생에서 변곡점이 됐던 영화를 돌아봤다.
원조 스릴러 퀸의 탄생 ‘장화, 홍련’
그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일 것이다. 계모 역할을 맡은 그는 불안정하고 히스테리컬한 캐릭터를 빼어나게 소화하며 ‘원조 스릴러 퀸’ 반열에 올랐다. 염정아는 당시 인터뷰에서 “공포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공포의 분위기를 내가 몰아가는 것은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후 ‘장산범’(2017)에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 잡았다.
‘범죄의 재구성’, 구로동 샤론 스톤의 탄생
최동훈 감독은 여배우를 재발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뽐냈다. '타짜'(2006)의 정마담 김혜수, '도둑들'(2012)의 애니콜 전지현을 떠올려보라. 그 원조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의 구로동 샤론 스톤 염정아다. 당시 그는 다섯 명의 사기꾼들 사이에서 팜므 파탈로 등장, 섹시한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염정아는 과거 인터뷰에서 “남자들을 잘 꼬시는, 약간 천박하면서도 사기꾼 냄새가 나는 섹시한 캐릭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카트', 보통 아줌마의 성장 이야기
부지영 감독의 '카트'(2014)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염정아는 강렬한 인상과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던 이전 영화와는 180도 다른 평범한 주부 선희 캐릭터를 열연했다. 그는 평범한 아줌마처럼 보이기 위해 짧은 파마머리에 기미, 구부정한 자세 등을 설정했다.
염정아는 “연기할 때 외에는 나도 평범한 생활인,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선희에게 충분히 공감했다. 선희가 영화 속에서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짜릿한 흥분을 느껴서 시나리오를 읽고 욕심이 났다"라고 전했다.
‘외계+인’, 조우진과 환상의 티키타카 호흡
그는 ‘전우치’ 특별출연에 이어 ‘외계+인’ 1부에서 다시 최동훈 감독과 만났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섹시미를 발산했다면, 이번엔 절정의 코믹 감각을 마음껏 뽐냈다. 자체 제작한 도술의 무기들을 팔며 신검을 찾아다니는 흑설 역을 맡은 염정아는 청운 역의 조우진과 환상적인 티키타카 연기를 선보인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를 찰지게 소화하는 한편, 조우진과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액션으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관객은 염정아, 조우진의 코믹연기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코미디에서도 빛을 발했다.
‘인생은 아름다워’, 염드리 헵번의 뮤지컬 도전
염정아는 평소 뮤지컬에 동경을 드러냈다. 최국희 감독은 ‘염드리 헵번’ 염정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선물했다. 왜 이제야 뮤지컬영화에 출연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염정아는 1년간 보컬과 춤을 연습하며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극 초반부 서울극장 앞에서 부르는 ‘조조할인’부터 ‘솔로예찬’ ‘알 수 없는 인생’'세월이 가면' ‘뜨거운 안녕’에 이르기까지 그는 실제 뮤지컬배우를 연상시키는 안정된 음감과 가창력을 발휘했다. 특히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노래와 춤으로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그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염정아의 대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영화계는 스릴러, 멜로, 코미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제 몸에 체화하며 흥행도 견인하는 배우를 얻었다. 중년의 배우층이 얇은 충무로에서 염정아는 귀한 보물이다. 그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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