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산부인과부터 불편..'이유있는' 장애인 출산율

CBS노컷뉴스 김성기 기자,CBS노컷뉴스 최유진 기자 입력 2022. 9. 26. 06:06 수정 2022. 9. 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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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순 있지만 목소리가 너무 크셔…내 프라이버시는 누가 지켜주지?"

지난 7월 유튜브 채널 '우령의 유디오'에 '시각장애인이 산부인과에서 난감해 미치겠는 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시각장애 여성인 유튜버 우령씨는 자신이 산부인과에서 겪은 일을 상황극으로 재연했는데요.

우령씨는 글자가 보이지 않아 문진표를 작성할 수 없어, 대신 간호사가 읽어주는 대로 대답했습니다. 다른 환자들이 있는 공간에서 큰 목소리로 생리일이나 성경험 같은 사적인 내용을 물어 난감했던 경험을 공개했습니다.

연합뉴스


사실 여성장애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만든 산부인과가 따로 있습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인데요. 고위험 분만, 진료 접근성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 친화적인 시설‧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여성장애인의 안전한 임신‧출산 환경과 여성질환 관리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13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자체사업으로 진행돼오다 2021년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지정사업이 됐습니다. 기준 및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죠.

문제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아예 전무한 지자체도 있을 만큼 드물다는 겁니다. 현재까지 장애친화 산부인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총 21개소인데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6개인 대구, 인천, 세종, 강원, 충남, 제주에는 복지부도, 지자체도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복지부는 인구수 및 생활권역을 고려해 올해 4개소를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8곳을 지정한 데 비하면 '반토막'이 난 겁니다.

여성장애인이 가장 많은 경기도에는 지난해서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지정돼 겨우 1곳이 운영 중인 상황인데요. 그나마도 해당 병원은 경기북부인 고양시에 있어 경기남부 지역에 사는 여성장애인들은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정부 예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를 분석해 지난 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친화 산부인과 신규 개설을 위한 예산은 '0원'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제5차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안) (2018~2022)' 캡처


그나마 있는 장애친화 산부인과마저도 여성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의료장비나 진료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8월 국회 보건복지위가 공개한 2020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 및 운영 중이나 보건복지부 현장점검 결과 의료장비 및 진료환경 편의성 부분에서 열악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제21대 국회 보건복지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실제 여성장애인들의 불편 사례를 언급하며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친화 산부인과 6곳의 의료장비를 현장 점검했더니 침대형 휠체어 1곳, 전동식 수술대 2곳, 휠체어 체중계 3곳에 불과했습니다.

진료 환경 역시 점자로 된 의료 기록을 제공하는 병원도 단 1곳이었는데요. 또, 진료 내용과 장애 유형별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매뉴얼이나 방법을 쓰는 병원도 1곳뿐이었습니다.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우 집 안팎에서 장애부모와 아이의 애착 형성을 돕는 보조용품들이 많이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해 주기도 한다. 사진은 장애인용 육아용품 지원의 예시.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2019) 캡처


강 의원은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장비 및 취약한 진료환경은 결국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이라면서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여 운영을 내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19년 장애친화 산부인과 6개소 현장 체크리스트. 보건복지부‧강선우 의원실 재구성


CBS노컷뉴스가 복지부에 '장애친화 산부인과 현장점검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해 지난달 29일 받은 답변에 따르면, 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2013년에 생긴 이래로 2019년 2월에 처음 현장점검을 했습니다. 이마저도 4일간 별도 체크리스트 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는데요.

이후 같은해 6~12월에 추가로 체크리스트를 갖춰 현장점검을 했지만, 전국 15개 중 6개 병원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한 점검이었죠.

대한민국정부, '2020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보건복지부 소관)' 캡처


복지부는 지난해 9월 '2020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기존에 지자체가 지정했던 장애친화 산부인과도 국고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는데요. 다만, 복지부 사업에 참여해 선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장애인의 출생아 수는 총 1287명. 같은 해 비장애인의 출생아는 28만 8411명입니다. 여성장애인 출산율은 매년 낮아져 2018년 기준 0.83%였고, 전체 산모 대비 0.4%에 불과해 비장애여성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출산율을 보였는데요. 지난 2018년 1482명의 여성장애인이 출산을 한 데 비해, 2021년에는 828명으로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여성장애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 '출산비 지원'이 꼽혔습니다. 앞서 2019년 국가인권위 보고서에서는 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에 관련된 정책적 욕구를 살펴보니 장애여성 전문의료기관의 확충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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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성기 기자 ziziba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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