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신탁방식 정비사업.. 정부 지원에 사업 '탄력'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관심을 끌었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사태 등을 계기로 신탁사를 찾는 정비사업 조합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신탁방식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언하면서 사업여건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달 23일 경기 군포시로부터 ‘금정역세권 재개발’ 사업의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받았다. 신탁등기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토지 소유자의 75%, 토지면적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토신은 이 요건을 1개월 만에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은 금정역 인근 5만8139㎡ 부지에 공동주택 1441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정역 일대는 지난 2007년 9월 산본1동 등과 함께 총 86만5513㎡ 규모의 ‘금정역세권 뉴타운’ 사업지구로 묶였다. 그러나 승인 기한인 3년이 넘도록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지난 2010년 효력이 상실된 바 있다. 이후 장기간 표류하다가 다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대전 유성구 장대C구역에서 사업시행자 입찰을 마감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무궁화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을 선정했다. 장대C구역 사업은 장대동 일원 4만7066㎡ 부지 재개발을 통해 1439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인근 장대A·B구역을 합치면 총 5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지난 7월 대구 달서구 그린맨션1차아파트(1000가구 규모)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무궁화신탁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648가구 규모인 그린맨션1차는 재건축을 통해 지상 34층 9개동 약 10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추진위와 조합 설립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시공자 선정도 ‘사업시행인가 후’에서 ‘시행자 지정 후’로 앞당길 수 있다. 사업기간이 조합방식 정비사업 대비 1~2년쯤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분양 전 사업비를 신탁사를 통해 조달할 수 있어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총 분양 매출의 2~4%를 수수료로 내야 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신탁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첫 강남권 신탁 재건축 단지로 기대를 모았던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도 주민들의 반발로 신탁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무산된 바 있다.
그간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하며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서만 사업이 진행됐다. 서울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과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 신림 미성아파트 재건축,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 등이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대C구역과 그린맨션1차 사례처럼 수도권이 아닌 광역시로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과 같이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나오자, 자금조달과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신탁방식 정비사업으로 관심이 쏠린 것이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조합 방식의 재건축은 조합장이나 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최근 둔촌주공 등 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오히려 상황이 악화한 사업장들이 등장하면서 신탁방식의 장점이 조명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8·16 대책을 통해 신탁방식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신탁방식 추진 시 동의 요건을 완화해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의 3분의1 이상만 동의해도 시행자 지정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표준계약서도 도입해 주민해지 권한 보장·신탁 종료 시점 명시 등을 담기로 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해줬다”면서 “새롭게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소유주들의 시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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