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에 "文이 아니라 각하와 비핵화 논의 희망"

김범수 2022. 9.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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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북·미 협상에서 배제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한미저널은 25일 김정은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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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주고받은 친서 27통 공개
2018년 평양정상회담 개최 이틀 뒤에
金 "각하와 직접 비핵화 문제 논의 희망"
폼페이오 등 美 관료 개입도 원치 않아
2019년 마지막 서한서 한·미훈련 비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북·미 협상에서 배제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한미저널은 25일 김정은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이틀 뒤인 2018년 9월 21일자 친서에서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트럼프)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의 합의가 담긴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됐다.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협상에 개입하지 않길 바랐던 걸로 보인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직후인 2018년 9월 6일자 친서에서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이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라며 직접 의견을 교환하자는 뜻을 드러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미클럽에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등 당시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을 불신하고 문 대통령이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서한을 볼 때 김 위원장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협상을 이어가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22일자 친서에서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위원장님과 저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김 위원장에게 위로의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2019년 8월 5일 이들의 마지막 서한에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예정됐던 북·미 실무협상을 연기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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