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 공연장 찾기 '하늘의 별따기'..세종문화회관·LG아트센터 선호도

이재훈 2022. 9.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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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K팝 전성기·위드 코로나 영향
평소 선호하지 않던 곳서 공연장·쇼케이스
K팝 전문 공연장 개설 목소리
카카오와 손잡은 서울아레나·CJ ENM의 CJ 라이브 시티 본 궤도

[서울=뉴시스] 케이스포돔에서 공연하는 송골매. 2022.09.11. (사진 =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이 국내외에서 전성기를 구가 중인 가운데 공연장 확보를 위한 눈치 전쟁이 한창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2년 간 공백기를 보내다, 확실한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콘서트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K팝 아이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대관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연말까지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고척스카이돔 등 주요 대중음악계 공연장 대관은 일찌감치 끝났다.

현재 주말마다 케이스포돔을 비롯한 올림픽공원 내 주요 공연장과 잠실 주요 실내 공연장에선 콘서트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10월에만 해도 블랙핑크와 임재범이 케이스포돔 무대에 오른다. 가수들 단독 콘서트뿐만 아니라 급격히 많아진 페스티벌형 공연, 댄스 붐으로 인한 댄스 크루의 콘서트도 대거 늘어나면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공연장을 찾는 건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앨범 발매 스케줄에 맞춰 뒤늦게 공연장을 찾아 나선 팀들과 뒤늦게 스케줄 조정에 나선 해외 가수 내한공연 기획사는 특히 공연장을 찾는데 애를 먹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지리적으로 불편한 점이 있어 우선 순위가 아니었던 모 공연장의 대관이 최근에 잇따르고 있다.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너무 공연이 많아지다보니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을 대관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최근 K팝 그룹 컴백 주기가 빨라져 쇼케이스 횟수 역시 늘어나다 보니, 단독 공연이 아닌 앨범 소개를 위한 행사 장소도 구하기가 어렵다.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던 강북에 위치한 대학 강당이나 공연장 등을 대관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경기 일산의 복합몰이 장소로 선택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 콘서트. 2022.09.18.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따라 K팝 전문 공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강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규모 K팝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은 케이스포돔과 고척스카이돔 정도다. 하지만 이곳들은 실내체육관이 원래 용도라, 콘서트를 열기 위한 최적의 장소는 아니다.

최근 NCT드림과 아이유가 콘서트를 성료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업계에 상징적인 곳이지만, 날씨에 큰 영향을 받고 콘서트 외에도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리적인 위치 등에서 불리하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건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부산에서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애를 먹다, 결국 약 5만명이 수용 가능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낙점한 것이 예다. 방탄소년단 외에도 국내에서 콘서트를 열면 몇만명을 불러들일 수 있는 인기 K팝 그룹들이 즐비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

국내 K팝 팬들 사이에선 돔투어(3만석 이상)와 아레나(1~2만석) 투어가 가능한 일본과 미국 환경을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꽤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몇해 전부터 추진됐으나 그간 지지부진하던 K팝 공연장 관련 사업들이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이미지=한화건설 제공)

서울 동북권인 도봉구 창동에 건립 예정인 '서울아레나'는 사업 구상 7년 만에 본 궤도에 올랐다. K팝 전문 공연장을 표방하는 이곳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른 카카오와 얼마 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진도를 빼고 있다. 약 2만석 규모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잠실에 스포츠 경기장과 K팝 공연장을 겸할 수 있는 3만석 이상의 잠실 마이스(MICE)복합문화공간 돔구장 건립도 서울시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원조 큰손인 CJ ENM은 2만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을 경기 고양에 세운다. 이곳에 2024년 들어설 예정인 K콘텐츠 복합단지 'CJ 라이브시티' 안에 포함되는 공연장이다. 세계 1위 아레나 사업자인 미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회사 AEG와 손을 잡고 추진 중이다.

꼭 아레나 또는 스타디움을 고집해야 하는 K팝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의 경우 최근엔 전문 공연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LG아트센터 서울이 대표적이다. 두곳에 대한 대관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세종문화회관 전경.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2.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개관 44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 내 대극장은 대중음악 가수들에게 대관이 까다로운 곳이다. 이미자, 이선희, 장사익 등 국민 가수들이 공연했고 아이돌 중에서는 'H.O.T', '젝스키스', 보아 등이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문을 더 활짝 열고 있다. 정동원, 설운도 등 트로트 기반의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오는 11월 4~27일엔 대중음악 축제인 '씨어터 뮤직 페스티벌 – 러브 인 서울 2022'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대중음악 공연 기획사 프라이빗커브, SBS가 공동 주최한다. 에픽하이, 악뮤(AKMU), 알렉 벤자민, 크리스토퍼, 이승윤 등이 출연한다.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순수예술 장르의 공연이 관객을 끌어모으기엔 다소 크다. 뮤지컬 역시 스타가 출연해야 채울 수 있다. 그런데 인기 대중음악 가수들에겐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우리 대극장은 장르적 특성에 맞게 공연 수용이 가능하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 "우리 산하 예술단체라고 해도 더 성격에 맞는 극장을 찾아 외부에서 공연한다. 반면 큰 체육관에서 공연하기 힘든 대중음악 가수가 예술적 특성을 살려 우리 공연장 무대에 오르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 가수, 관객의 만족도를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삼에서 마곡으로 옮긴 뒤 내달 정식 개관하는 LG아트센터 서울은 개관 페스티벌 라인업에 순수예술뿐만 아니라 재즈 뮤지션, 대중음악 가수 공연도 포함시켰다. 알 디 메올라 재즈 트리오, 가수 박정현 등이다.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국악 기반의 팝 밴드 '이날치' 역시 대중음악 팀으로 분류되는데 '선녀와 나뭇꾼'을 기반으로 한 신작 '물밑에서'를 LG아트센터 서울과 손잡고 선보인다. 이날치는 이 공연을 기반으로 새 앨범을 작업한다.

이현정 LG아트센터 서울 센터장은 "K-팝 위상이 높아지면서 콘서트의 연출, 음향, 미장센 등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클래식, 재즈 만큼이나 전문 공연장에서 대중음악 콘서트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방송이나 스타디움이 아닌, 공연장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서트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을 때, LG아트센터에 대관을 문의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LG아트센터 'LG 시그니처홀' 공연장. (사진=LG아트센터/배지훈 제공) 2022.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2015년 '시어터(Theatre) 이문세'라는 콘셉트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이문세 콘서트는 우수한 시설을 갖춘 전문 공연장이기에 가능한 구성 그리고 차별적인 퀄리티를 선보였다. 올해 예정된 박정현 공연 역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공연장을 활용해 관객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특별한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는 대중가수라면, LG아트센터 서울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공채 1기 출신으로 이곳 공연기획팀장 당시 오페라극장에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가왕' 조용필의 공연을 올리기도 한 안호상 사장은 "최근 장르 간의 경계가 없어져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고, 순수 예술이 대중문화를 수용하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전문 공연장 내 대중음악 콘서트는 예술계 화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국립극장 극장장 재임 당시 전통에 컨템포러리를 더하는 성과도 낸 안 사장은 "예술적 상징성이 높고 오래도록 시민들의 문화공간 역할을 한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중음악 가수들이 예술적 무대의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가수와 극장 모두 윈윈하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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