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세계최초 '감사인 지정제' 도입 3년 후
높은 감사비용 문제, 회계법인의 품질 관리 문제 등 부작용도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지난 2018년 '신(新)외감법'이 통과되면서 유례없는 회계 개혁이 시작되었습니다. 표준감사시간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 의무화 등이 골자입니다. 이 중 도입 3년 차에 접어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그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방식입니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 선임하면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기업공개(IPO) 기업이나 감리결과 조치를 받는 기업, 부채비율이 높거나 횡령 배임 등이 발생하는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 금융위가 감사인을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신외감법은 부실 가능성과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감사인을 새로 지정받도록 했습니다. 이에 상장사 지정비율은 2017년 8.4%에서 2021년 54%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 사건을 계기로 회계 부실 감사가 도마 위에 오르며 감사인과 기업 간 '갑을관계'가 문제가 됐습니다. 회계법인이 한 기업과 오랜 기간 감사를 하게 되면 기업과 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회계법인은 다음에도 감사 수임을 하기 위해 기업에게 잘보여야 했거든요. 감사를 세게 보다가 다음 계약에 실패하면 오히려 파트너 회계사가 무능력한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감사인 지정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산규모에 따라 회사를 가~마군으로 분류하고, 감사인은 회계법인의 인원수, 경력점수 등을 감안해 가~마군으로 나눴습니다. (해당 감사인 분류군 기준은 조만간 바뀔 예정입니다.)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은 가군, 국내 4대 대형 회계법인이 가군에 속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자산규모와 감사인의 감사인 지정점수 순으로 나열해 순위대로 감사인을 매칭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상장사들은 수년 동안 관계를 맺어오던 회계법인과 이별하고 새로운 감사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무려 40년 만에 감사인이 교체됐다고 하죠. 새로운 감사인이 회사 회계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게 되면서 감사시간이 대폭 늘었습니다.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이전 감사인은 그냥 알고 넘어갔던 문제들은 다음 감사인이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 회계 시스템이 깔끔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기업들은 예전보다 더 빡빡해진 감사에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인 입장에서도 신외감법 도입으로 부실 감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아지면서 강도 높은 감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기업과 계약을 연장할 필요가 없으니까 소위 '잘 보일 필요'가 없었던 거죠. 기업의 감사인 접대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감사비도 많이 올랐습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의 외부감사비용이 2019년에 비해 2020년 66.9% 증가했다고 합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는데요. 회계업계에서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감사 시간도 크게 늘었고, 시간당 감사비로 따지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시간당 감사비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하고요.
감사인 지정제 도입 3년이 지나는 지금 높은 감사비용 문제, 회계법인의 품질 관리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개정안을 만들어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혁'에는 많은 뒷말이 따르고, 문제도 생깁니다. 지금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인 지정제가 좋은 개혁으로 이름을 남기기 위해 지금 나오기 시작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3년의 감사인 지정제가 끝난 후에는 새로운 개정안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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