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성격 모호한 코인, 판사들 선제적으로 '코인 판례집' 낸다
코인·NFT(대체불가토큰) 등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에 대해 명확한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판사들이 선제적으로 판결집 발간에 나선다.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사법연수원 40기)는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제3회 가상자산 블록체인 시리즈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와 가상자산과 관련한 국내외 판결 동향을 소개한 후 이같이 밝혔다.
민사사건 판결집의 작성에는 현재 3명의 판사들이 관여하고 있고 10~11월중 발간될 전망이다. 형사사건 판결집의 작성에는 5명의 판사들이 참여하며 늦어도 내년 중반쯤에는 발간될 것으로 보인다. 민사·형사 판결집은 모두 대외에 출간될 예정이다. 각 판결별로 문제가 된 주요 쟁점을 정리하는 식으로 판결집이 정리될 전망이다.
이미 코인·NFT 등 가상자산이 주요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 됐고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IT서비스들도 점차 현실화돼 가고 있다. 그런 만큼 가상자산 관련 민사·형사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특금법(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수목적의 법을 제외하고 민법·형법 등 일반법 차원에서의 정의(定義, Definition)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원 일각에서나마 법관 중심으로 그간의 판결집을 정리하는 것은 정의조항의 부재에 따른 민간의 혼란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관련 규정 정비로 모호함이 해소되기 전까지 현행 법규가 실제 분쟁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나마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각종 코인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여전히 이견이 많다.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때문에라도 현재 가상자산 법적지위의 모호함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권 대표가 체포돼 향후 재판에 넘겨지게 되더라도 코인의 증권성 여부는 형사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윤 변호사의 평가다.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것인지 말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윤 변호사는 올 상반기 당국이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어떤 코인이 증권으로 인정받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너무 포괄적이라고 봤다. 어떤 코인이 증권으로 인정된다면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발행해야 하고 발행자도 사업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관련 불법행위가 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코인의 증권성 여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론칭하고 프로그래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용역계약들이 체결되고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 형태로 계약이 체결된다"며 "계약조항이 간단할수록 그 공백으로 인한 여러 문제제기가 가능하고 분쟁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특금법이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를 다룰 법이 없기 때문에 민법이나 계별 계약과 관련한 내용으로 법률관계들이 규율될 것"이라며 "뭣보다 중요한 것은 계약의 내용과 약관의 내용을 잘 살펴보고 분쟁에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늘 만취상태 장광→이혼 위기…딸 미자 "보육원 보내 달라했다" - 머니투데이
- '질투심 폭발' 김준호, 허경환 내쫓고…김지민母 집 난장판 만든 사연 - 머니투데이
- 류준열 촬영장에 커피차 끌고 나타난 이혜리…'6년차 연인'의 내조 - 머니투데이
- 오지헌 "부모님 이혼 후 父와 8년 안 봤다"…관계 회복한 사연은? - 머니투데이
- '쇼미' 출신 래퍼, 다이빙 사고로 전신마비…"대소변도 혼자 못봐" - 머니투데이
- 다친 아이 병원비를 왜 교사가…수상한 어린이집, CCTV 본 부모 '분노' - 머니투데이
- '이다은과 재혼' 윤남기, 대치동 금수저 맞았다…"없는 게 없는 집" - 머니투데이
- "여보, 우리도 차 바꿀까"…싹 바뀐 팰리세이드·스포티지, 신차 쏟아진다 - 머니투데이
- 둔촌주공 입주 한달도 안 남았는데…"내년에 이사할게요" 미루는 이유 - 머니투데이
- 6000만이 했다는 미국 사전투표…"해리스가 19~29%p 앞서"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