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탈출하는 車업계..빈자리는 중국산이 채웠다

정한결 기자 2022. 9. 2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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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업체 잇따라 철수 중2위 기아·3위 현대차도 생산중단제재 동참 안 한 中브랜드만 '성장'종전 후 러 시장 재진입 어려울 듯


러시아가 동원령을 선포하면서 남아있던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러시아에서 완전히 발을 빼고 있다. 그 빈자리는 러시아·중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면서 종전 후에도 시장 재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업체 마즈다는 최근 러시아 자동차업체 솔러스와 합작해 운영 중이 블라디보스토크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는 것을 전면 검토 중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생산이 밀린 마즈다가 이제는 완전한 퇴장(exit)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24일에는 토요다가 러시아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지난해 러시아 시장 점유율 5위(5.9%)를 기록한 토요타는 "생산 재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업 매각 없이 서비스 부문만 남기고 판매·생산 사업은 전면 철수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뺀 상태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인 라다(아브토바즈) 지분을 단돈 2루블(약 50원)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메르세데스-벤츠·BMW 등도 수출·판매 중단에 나섰다.

러시아에서 시장 점유율 2·3위를 기록 중인 기아와 현대차도 생산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 해외공장별 판매실적에 따르면 러시아 생산법인 HMMR은 지난달 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 1~2월만 해도 1만7000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생산을 중단한 지난 3월 3700대로 급감하며 하락세가 시작됐다.

당초 내수 판매가 수출보다 많았지만 지난 6월 내수 판매가 1대, 수출 861대를 기록하며 역전됐다. 지난 7월에는 내수 판매가 0대, 수출 14대로 줄었고, 결국 지난달 내수와 수출 모두 '제로(0)'를 기록하게 됐다. 현지 공장 내 남은 재고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기아는 지난달 시장 2위 자리는 유지했지만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76.8% 급감했고, 점유율도 15.6%에서 9.6%로 6%포인트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판매량이 79.5% 감소하며 러시아 시장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생산 물량이 없어 점유율이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딜러·대리점들이 보유한 재고가 판매되면서 통계에 판매량이 집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에서 생산해 딜러·대리점에 판매하는 물량이나 타국에서 러시아로 수출하는 물량은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공장은 지난해 23만3804대를 생산하며 현대차의 해외 공장 생산량 중 10.27%를 차지했다. 인도(HMI) 1위, 중국(BHMC) 2위, 미국(HMMA) 3위, 체코(HMMC) 4위에 이은 5위다.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한 빈자리는 러시아 브랜드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산 자동차가 채웠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달 라다의 점유율은 43.4%를 기록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전년 동월보다 판매량은 6.9% 하락했지만 점유율은 25.9%포인트나 늘었다. 경상용차 위주의 러시아 자동차기업 GAZ와 UAZ도 점유율을 각각 7%, 6%로 확대했다.

중국 장성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하발의 경우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전년 동월 대비 62.4% 줄어든 가운데 판매량이 늘어난 브랜드는 하발과 중국 둥펑자동차가 유이하다.

하발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26% 늘었고, 시장 점유율(7.2%)도 5.1%p 증가하면서 현대차를 끌어내리고 3위를 기록했다. 둥펑자동차 역시 소량이지만 판매량을 2배 올렸으며, 지리자동차는 판매량 감소에도 시장 점유율을 4.8%로 2배 넘게 끌어올렸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러시아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키우겠다고 천명하면서 종전이 되더라도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시장 재진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고 내수 시장을 안정화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대책을 주문했고, 러시아 산업무역부는 이달 초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구매 보조금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지원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오토모티브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해당 발표에서 "해외 완성차업계가 러시아에 공장을 과도하게 설립하면서 러시아 부품·원자재 산업이 투자받지 못했다"며 "해외기업의 (사업) 승인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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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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