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식의 통일직설] 그래도 답은 북한의 비핵화에 있다/세한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
첫 제안처럼 북한 거부해
핵으론 인민 살릴 수 없는 북한
남한만 진정으로 도울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담대한 구상’을 천명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비핵화를 거부하고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좌초됐거나 무력화됐다고 주장한다. 경험칙상 북한은 역대 우리 정부의 대북 제안을 첫머리에서 모두 거부하고 비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족우선론에서부터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 비핵·개방·3000,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까지 어느 것 하나 긍정적으로 호응한 적이 없다.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늘 있었던 일이다. 국민 92.5%가 인정하고 있듯이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상식에 해당한다. 우리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해서 정책의 실패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속성과 남북 관계 역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일관되게 추구해야 한다. 북한의 핵은 한반도 평화나 남북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해 6ㆍ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 등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를 모색했던 제반 노력이 좌초되고 사문화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핵이다. 우리 정부가 잘못 대처해서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고 보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게 됐으니 핵군축으로 정책을 전환하라든가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반도를 더욱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엉뚱한 상상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국제법에 따른 의무이며 남북 간 합의다. 북한이 이를 위반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외교의 힘을 구성한다. 우리가 비핵화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북한에게도 답은 비핵화에 있다. 북한은 안보를 위해 핵을 개발한다고 강변했다. 핵무력을 완성한 상황에서는 안보불안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북한은 더욱 안보불안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북한이 핵 선제공격 법제화 등 비상식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나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핵을 보유했음에도 정권은 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북한 주변 어떤 나라도 북한을 공격하거나 정권 붕괴를 추구할 의도가 없다. 그렇게 해 봐야 실익이 없다. 북한 정권의 안전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경제적 침체와 민심이반이다. 비핵화하지 않으면 제재로 인해 북한의 경제난은 더 심화되고 민생은 더욱 도탄에 빠질 것이다. 북한이 체제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한때 채택했던 경제건설 집중 노선이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비핵화를 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력을 강화할수록 우리나라와 주변국은 더 강력하고 충분한 억제력을 갖추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은 무력화될 것이며 부담만 더 커질 뿐이다.
국제질서가 격변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 생각도 변하고 있다. 정치의 근본은 인민이며 핵무력은 국체가 아니다. 핵으로는 절대 인민을 살릴 수 없다. 북한이 대화와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면 나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북한이 좋은 선택을 하도록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새로운 선택을 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을 제공한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경제·정치·군사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북한의 발전과 주민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우리는 그러한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찔끔 지원하면서 생색내는 나라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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