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강원특별자치도(Gangwon state), 새로운 독립국가로 가는 길

현진권 2022. 9.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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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강원도가 내년에 특별자치도가 된다. 이는 필자가 강원연구원장직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다. 미국에서 재정학을 전공한 필자는 서양의 많은 분권이론을 공부했지만, 한국에서 이는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강원도가 분권이 되면서, 드디어 한국에 분권이론을 제대로 접목시킬 수 있게 됐다. 이는 필자에게 도전 의욕을 일게 했다.

한국은 단일국가체계다. 한반도에 국가가 생기기 시작한 이래로 항상 그랬다. 지방마다 스스로 결정하는 국가체계인 연방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된다는 위대한 의미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서양의 역사는 분권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서양 문명의 중추를 이뤘던 기독교는 교황을 중심으로 한 단일체계였다. 그러다가 500여년 전 마틴루터가 종교혁명을 통해 하나님과 개인 간의 관계를 단일체계에서 분권체계로 바꾸었다. 대다수의 왕권 국가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다. 왕이 중심이었던 단일형 체제에서 지방에 자유를 주는 연방제, 분권 국가 체계로 가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뒤따라야 했다. 인류의 역사가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그렇다면 자유가 왜 중요한 걸까? 자유가 주어진 곳에 경제번영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의 뒷면에는 항상 경쟁이 있다. 여기에서의 경쟁은 서로 뺏고 빼앗는 ‘제로 섬’이 아닌,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독점인 상태다.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분권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에 자유를 주면, 지방정부 간에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여기에서의 경쟁 역시 ‘제로 섬’이 아닌, 개별 지방이 갖는 장점을 찾아 그들만의 창조과정을 거쳐 번영을 가져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제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지 않고 교통 시간에 의해 지역 권역이 설정되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보면 강원도 역시 수도권이다. itx와 양양고속도로,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또 다른 교통망을 통해 강원도의 발전은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강원도는 내년부터 자유 지역이 된다. 중앙정부에 모든 것을 의존했던 강원도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지역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인근 지역의 또 다른 분권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가 국가의 효율적인 체계를 이끌어 가는 주체세력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강원도가 분권구조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국가 개조의 형태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의 용어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필자는 그럴 때 마다 영어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강원도’의 영어 명칭은 ‘Gangwon-do’인데 이는 틀렸다. ‘do’가 한국말이어서 외국인에게 이 개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는 영어로는 ‘province’, 일본에선 ‘prefecture’라고 표기한다. 그래서 강원도를 정확하게 번역하면 ‘Gangwon province’ 혹은 ‘Gangwon prefecture’가 돼야 한다. 이것과 별개로 내년 6월 11일부터 강원도의 영어표현은 ‘Gangwon state’가 된다. 사전에서 ‘state’를 찾아보면 ‘국가’다.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독립국가’가 된다는 말과 다름없다. 연방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미국은 주를 ‘state’라고 표현한다. 중앙정부는 국방과 외교를 맡고, 지역과 관련된 모든 정책은 주정부의 권한이다. 그래서 주정부를 ‘state’라고 부른다. 강원도가 내년엔 ‘province’에서 ‘state’가 된다. 이렇게 보면 내년 6월 11일은 강원도가 독립국가가 되는 혁명적이고 위대한 날이다. 628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강원도의 구조가 바뀌는 날이다. 그래서 앞으로 ‘강원도의 날’은 6월 11일이 되어야 한다. 서양에선 진정한 분권형 국가로 정착하는데 수백 년이 걸렸다. 그러나 강원도가 분권구조를 갖는데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제대로 된 분권구조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핵심 그룹에 강원연구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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