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정당' 타이틀 놓고 빅매치..與 수세 속 안간힘
수적 열세 등 사정에도…당내선 "여당이라면 적극적으로 이슈 이끌어야 하는데"
'약자‧민생‧미래 위한 10대 법안'으로 반전 준비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민생법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방에 나섰다. 최근 양곡관리법 등 주요 법안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7대 민생 법안'을 '약자·민생·미래를 위한 10대 법안'으로 받아치는 등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된 스토킹범죄, 쌀값 문제, 노동조합법 개정 문제 등을 논의하며 '민생'을 집중 공략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의 일부 법안에 수세적 성격의 대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과잉 생산 쌀 의무 매입'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엔 '올해 쌀 45만 톤 규모의 시장 격리'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엔 '현 상황 유지를 위한 여론 설득'을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여당이 야당에 대한 역공의 도구로 뚜렷하게 대비되는 입법‧제도 대신 한시 조치나 여론 설득을 내세운 데에는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 대한 수적 열세와 법안 자체의 성격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반해 국민의힘 소속은 가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양곡관리법 소관)에선 전체 19명 중 7명, 환경노동위원회(노동조합법 소관)에선 16명 중 6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단독 처리로 통과된 이유이기도 하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권에서의 수급 추정 실패와 대체 작물 지원 사업 폐지가 현재 쌀값 하락의 주범인데, 이에 대한 책임이나 사과도 없이 민주당이 '입법 폭주'에 나서는 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꼼수"라며 "민주당은 다수당이자 당시 집권당으로서 지금의 민생고에 책임을 지는 모습부터 보여달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법안들의 성격 자체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이같은 수세적 대응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나 양곡관리법 모두 우리 당이 중시하는 원칙에 정면으로 부딪친다"며 "우선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큰 방침을 세우고 세부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당 입장에서 구체적 대안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꼽힌다. "여당은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이슈를 선점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양곡관리법이든 노동조합법이든, '그러면 안 된다'는 선언이나 설득에서 그칠 게 아니라 마땅한 다른 정책적 대안을 밝혔어야 한다"(당내 다선 의원)는 것이다. 가령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부각할 법안이나, 쌀 생산의 대체 작물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 국민의힘 역시 새로운 구상을 적극적으로 띄웠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날 '약자·민생·미래를 위한 정기국회 최우선 10대 법안'을 제시하면서 이같은 법안들이 포함된 민주당의 '7대 민생 법안'에 대한 역공을 도모했다. △임대주택 지원 강화(장기임대주택법 개정안) △납품대금 연동제(상생협력법 개정안) △농촌 소멸 방지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법 제정안) △부모급여 도입(아동수당법 개정안) △스토킹범죄 처벌 강화(스토킹처벌법 개정안)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 △1‧2 신도시 등 자족기능 강화(노후 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 제정안) △기후변화, 신종 감염병 등 재난 대비 체계 강화(재난관리자원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원 확대(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 △대학 인재 양성 역량 강화 지원(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개정안 등)이다.
이처럼 여야가 '진짜 민생'을 다투고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여부는 아직 논의 선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선 해당 개정안이 가진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 거부권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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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div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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