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45만t, 역대 최대 매입
與 "1·2기 신도시 재건축, 부모급여 중점추진"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5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후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은 금년 수확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총 45만t 규모의 쌀 시장 격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쌀 시장 격리는 국내 수요보다 많이 생산돼 남아도는 쌀을 농협이 사들인 뒤 이를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이다. 당정은 또 올해 생산된 쌀뿐 아니라 지난해 생산된 쌀도 사주기로 했다. 당정은 그러나 민주당이 ‘남는 쌀 의무 매입’을 주장하며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쌀 공급 과잉을 심화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다. 대신 ‘전략 작물 직불제’를 내년부터 도입해 밀·콩 등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작물의 재배 확대를 유도키로 했다.
당정은 또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으로 관심사가 된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해 스토킹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처벌 대상에 온라인 스토킹 추가, 범죄 가능성이 높을 때 내려지는 잠정 조치인 접근 금지 등에 위치 추적 도입, 최대 한 달간 연락·접근 금지 등을 명령하는 긴급 응급 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현재는 과태료)하는 방안 등도 추진한다. 당정은 환율 및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계속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조정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새 출발 기금’도 10월 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이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쌀 시장 격리’ 조치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방안을 발표한 것은 민생을 통한 지지율 반전을 노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논란’,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여당 내홍 등 연이은 악재(惡材)를 민생 실적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난국을 풀려면) 여론의 힘으로 돌파해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정부 측의 분발을 촉구하고 또 우리 당도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당정이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t의 쌀 시장 격리를 발표한 것은 민주당의 ‘남는 쌀 의무 매입’ 주장으로 흔들리는 농심(農心)을 잡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여기에 1조원쯤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15일 기준 쌀값이 전년 동기 대비 24.9% 하락했다”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당정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안 오르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고물가 상황에서도 쌀값 하락 폭은 24.9%로 45년 만에 최대치일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7800억원을 들여 지난해 생산된 쌀 37만t을 추가로 사들였지만, 쌀값은 작년 10월 중순부터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0년 93.6kg에 달하던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2021년 56.9kg에 불과할 정도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약 386만t인데 이 중 초과 생산량이 약 25만t이다. 정부는 신곡(新穀)에 대해 초과 생산량보다 많은 물량을 격리하고 지난해 생산된 구곡(舊穀) 10만t 중 일부도 격리할 계획이다. 구곡 매입은 2010년에 2009년 산 쌀 2만6000t을 사들인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보다 10만t 늘린 공공비축미(45만t)까지 포함하면 이번 수확기에 총 90만t의 쌀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이는 올해 쌀 생산량의 23% 정도로 과거 수확기 격리 비율(8~18%)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정은 또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등 스토킹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올 정기국회 기간 안에 스토킹 처벌법을 개정키로 했다. 여기에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 조항 삭제와 처벌 대상에 온라인 스토킹 추가, 잠정 조치(접근 금지 등)에 위치 추적 도입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전자 장치 부착 명령 대상에 스토킹 범죄를 추가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도 추진한다. 또 스토킹 범죄를 유발하는 개인정보 유출에도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또 최근 환율과 금리 상승의 대책으로 당초 9월에 종료 예정이던 자영업·중소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10월 이후에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국민의힘은 안심 전환 대출 규모 확대, 수출 기업 지원 및 외국인 자금 이탈 대책 등도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정 후 ‘부모 급여’ 도입과 1·2기 신도시 재건축 지원, 보이스피싱 예방 등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10대 법안을 발표했다. 10대 법안에는 만 0~1세 영아 양육 가구에 월 35만~70만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부모 급여는 아이가 태어나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영구 임대 공동 관리비·사용료 지원을 골자로 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법 개정안, 납품대금연동제를 도입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법 개정안, 농촌 소멸 방지 및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농촌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법 제정안 등도 ‘약자 동행’ 차원에서 중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1·2기 신도시 재정비 및 용적률·건폐율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노후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 제정안, 반도체 특화 단지 등 국가 첨단 전략 산업 지원을 확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 개정안 등도 중점 법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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