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30] 멸망의 버튼
39년 전 오늘, 지구는 멸망할 뻔했다. 미소 냉전이 일촉즉발의 분위기로 치닫던 때, 당시 소련의 위성 관제 센터에 비상 경보가 울렸다. 미국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소련으로 발사했다는 것. 당시 관제 센터의 당직 사령이었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중령은 겨우 몇 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전면적 핵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에서 이 경보가 컴퓨터 혹은 위성의 탐지 오류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핵전쟁 취소 코드를 입력한 다음 크렘린에 보고한다. “컴퓨터의 오류인 듯합니다.”
이 판단은 인류를 구해낸 위대한 판단이 되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인공위성이 햇빛을 핵미사일의 발사 섬광으로 잘못 인식했음이 드러났다. 그는 지구를 구한 영웅이었지만 소련 당국은 시스템 결함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한직으로 조용히 좌천시켰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이 사건은 15년이나 지난 1998년에 이르러서야 공개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전 세계 핵무기의 93%가 미국과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의도치 않은 오판으로 인간의 세상이 순식간에 재가 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최고 통수권자의 핵무기 발사 비밀 암호가 백악관 직원의 실수로 세탁소에 노출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런던 출신으로 복고적인 감수성을 지난 뮤지션 맷 말티스는 핵 버튼으로 인한 지구 종말의 비극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신문에서 말하길 오늘이 종말의 날이래/그 버튼은 이미 눌렀고/우리는 서로 핵무기로 공격하겠지/늙은 사탄도 감명 깊을 만큼.(The papers say it’s doomsday/The button has been pressed/We’re gonna nuke each other up, boys/’Til old Satan stands impressed.)”
그가 태어나기 7년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연인끼리의 마지막 인사를 담은 그의 가사는 낭만적으로 들린다. 1메가톤급의 핵무기가 터지는 순간 반경 3㎞ 내의 모든 사람은 순식간에 증발한다. 반경 10㎞ 내의 사람들은 이들을 부러워해야 할 것이다. 후폭풍이 이는 1분 뒤까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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