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기용·이강인 외면..지독한 '벤투의 마이웨이'
수비형 미드필더 대안 고민 드러나
'라리가 도움 1위' 이강인은 벤치에
최소한의 전술 실험 기회 주어져야
벤투호의 마지막 모의고사로 주목받은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2-2 무)에선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손준호(30·산둥)가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아 존재감을 보인 반면 기대를 모은 이강인(21·마요르카)은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9월 A매치 2연전에서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은 이들은 모두 2022 카타르 월드컵 막판 승선을 갈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손준호는 쓰고, 이강인은 기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모든 선수들이 다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벤투 감독이 직접 밝히지 않는 속내는 교체카드의 면면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1-2로 끌려가던 후반 21분 지친 정우영(알사드)과 김진수(전북) 대신 손준호(산둥)와 홍철(대구)을 투입했다. 손준호와 홍철 모두 기존 선수들과 포지션이 같다는 점에서 수비 보강 카드였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는 이미 쥐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보다는 수비 보강을 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손준호는 정우영이 홀로 버티던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안이라 교체의 고민도 없었다. 손준호가 코스타리카전에선 교체 카드로 실험을 통과해 27일 카메룬전에선 정우영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도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손준호는 25일 비대면 인터뷰에서 “이 부분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내가 가진 장점과 감독님이 원하는 걸 알고 있다. 경기장에서 모든 걸 보여주려고 한다. 월드컵이라는 큰 꿈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벤투 감독이 수비가 안정된 뒤에 꺼낸 공격카드에서도 이강인이 우선순위가 아니란 걸 다시 입증했다. 대표팀에서 꾸준히 부름을 받았던 나상호(서울)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투입됐다. 물론, 나상호는 상대 골키퍼의 퇴장을 유도한 감각적인 쇄도로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강인을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어시스트 공동 1위(1골 3도움)를 달리는 이강인은 창의적인 패스와 플레이 메이킹, 그리고 세트피스 능력으로 흐름을 바꿀 적임자로 지목됐다. 이강인은 대표팀 기존 선수들과 비교할 때 조금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히든카드를 쓰고 싶어도 최소한의 실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기존 선수들이 이강인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동시에 그를 살릴 수 있는 세부 전술도 따져봐야 한다.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코스타리카전을 넘기면서 이제 카메룬전이 마지막 기회가 됐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마이웨이는 인정하지만 이강인을 실험하지 않은 것은 너무 아쉽다”면서 “최소한 카메룬전에선 이강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카타르에서도 이 선수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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