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레벨 못 미치는 스파링 상대..이번에도 헤매면 어쩌나
시작부터 수비 치중한 코스타리카
벤투 빌드업 시험 상대로 ‘부적합’
27일 맞붙을 카메룬도 1.5군 출격
‘유럽 원정 평가전’ 일본과 비교돼
지난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과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 전반 28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선제골로 앞서 나갈 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경기력은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중앙부터 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흐름은 깔끔했고, 물론 왼쪽 측면에서의 전개도 활발했다.
그러나 냉정히 경기를 복기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도 애매하다. 한 축구인은 “전반 초반 15분 사이에 보여준 공격 흐름을 경기 내내 보여줄 수 있다면 모를까, 월드컵 본선에서는 쓸 수 없는 전술”이라고 꼬집었다. 코스타리카는 경기 시작과 함께 뒤로 물러나 수비에 치중했다. 자연스럽게 수비부터 미드필더를 거쳐 공을 끌어올리는 벤투호 특유의 빌드업 과정에서는 상대 수비 저항을 덜 받았다.
코스타리가전이 끝난 뒤 축구계 안팎은 물론 팬들도 벤투호가 만나는 9월 평가전 상대들이 월드컵 본선을 두 달여 앞두고 치르는 스파링 파트너로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사실상 마지막 모의고사인데, 전력상으로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한 축구 해설위원은 “강팀이냐, 아니냐는 개인 기술뿐 아니라 전술과 팀 스피드에서 결정된다”며 “(코스타리카는) 전체적으로 떨어졌을 뿐 아니라 우리의 약점인 수비나 테스트해야 할 전술 및 포지션을 점검할 수 없는 상대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벤투호는 여기에서도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경기마저 2-2로 비겼다.
벤투호는 코스타리카에 이어 27일 카메룬과 평가전을 치른다. 그런데 카메룬 전력도 신통치 않다.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카메룬이지만 이번 방한에 공격수 에릭 막심 추포모팅(바이에른 뮌헨)과 미드필더 잠보 앙귀사(나폴리) 등이 빠졌다. 1.5군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카메룬은 지난 23일 국내에서 가진 우즈베키스탄(77위)과의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사실 평가전을 잡는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유럽축구에 네이션스컵이 생기면서 A매치 기간 선택지가 크게 좁아졌다. 무작정 강팀을 찾기도 쉽지 않고, 원정 평가전이 어려웠던 부분도 있다. 벤투호가 이번에 상대하는 두 팀 모두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이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방한 멤버는 최정예로 보기 어렵다. 최고의 전력을 꾸리도록 계약상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H조 상대들은 객관적인 전력상 1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강팀이다. 월드컵이라는 압박감 속에 전력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 선수들에겐 월드컵 전초전인 이번 9월 평가전에서 얻어내야 할 것이 적지 않았다. 결과를 떠나 전술적 적응력, 심리적 자신감을 끌어올려 완성도를 높였어야 하지만, 일단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놓친 게 많았다.
2002년 잉글랜드, 프랑스 등과의 평가전에서 적응력을 키운 뒤 월드컵 4강 역사를 썼던 2002년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안방 어드밴티지는 크다. 여러 악조건에도 유럽으로 넘어가 미국, 에콰도르와 평가전을 갖는 리이벌 일본의 준비 과정을 부러워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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