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또 탄도미사일, 미 항모에 '맞불'
정부 NSC 회의서 "도발" 규탄
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미국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이 부산에 들어와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데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순항미사일 발사 후 한 달여 만이자 지난 8일 전술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긴급회의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규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113일 만이며,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순항미사일 두 발 발사 후 39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미사일 발사다.
이날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600여㎞, 고도 60여㎞, 속도 약 마하5로 탐지됐다.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종말 단계에서 회피기동을 했고 일부 구간에서 ‘풀업’(상하기동)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원으로 보면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과 유사하다. 군 당국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세부적인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판 이스칸데르 추정…600㎞ 밖 부산항 미 항모 사정권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한·미 확장 억제력 탐색 의도
‘핵무력 법제화’ 후 첫 탄도탄
SLBM 추가 도발 가능성도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전반적인 활동을 볼 때 김정은이 지시한 국방력 강화의 일환으로, 긴 일정 속에서 이뤄지는 시험발사나 무기 개발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장소인 평안북도 태천엔 우라늄 정련시설과 200㎿ 원자력발전소 1기가 있다. 이번 발사를 두고 핵 관련 활동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군 당국은 발사 장소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의식한 무력시위 성격으로 풀이된다.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과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CG 62),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 등으로 구성된 미 항모강습단은 지난 23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 항공모함 진입은 5년 만으로 26일부터 29일까지 동해에서 해군과 연합해상훈련을 한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해상 표적을 타격하는 수단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 핵 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 등 한·미 확장억제력을 탐색하며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의 길을 닦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KN-23은 실전 배치된 미사일이기에 전술 목표가 있는 발사로 보인다”며 “2017년 후 처음으로 한국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연합해상훈련 기간 추가 무력시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군 당국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SLBM 발사 준비 동향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국가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SLBM 등 북한 도발 징후와 동태를 파악했다고 대통령실이 전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착한 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회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미국 및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과 26~29일 실시되는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통해 북한의 어떠한 형태의 미사일 도발도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연합방위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미사일 발사 직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화상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재확인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박광연·박은경·유정인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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