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내 돈 찾으러 은행강도..레바논의 역설

염정원 입력 2022. 9. 25. 19:54 수정 2022. 9. 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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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터진 베이루트항 폭발사고, 거대한 항구가 통째로 날아갈 정도여서 전 세계가 깜짝 놀랐었죠.

이 참사가 레바논 국민들에겐 더 긴 고통의 서막 같았을 겁니다. 

코로나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국민 75%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는데요.

급기야 이제는 평범한 국민들이, 살기 위해 은행 강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를 보다. 염정원 기자입니다.

[기자]
[현장음]
"달러 내놔! 달러를 줘 빨리!"

은행에 침입한 여성이 권총을 꺼내 들자 직원들이 혼비백산합니다.

암 투병 중 언니의 치료비가 필요했지만, 은행의 출금제한 조치로 예금을 인출 할 수 없자 조카의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에 난입한 겁니다.

[살리 하피즈 / 은행 습격 시민]
"언니가 제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고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잃을게 없었습니다."

우리 돈 1800만 원을 받아들고 도망친 이 여성은 레바논에서 영웅 취급을 받습니다.

[이브라힘 압달 / 예금자 단체]
"우리는 3년간 나라에 (예금 인출 권리를) 평화롭게 요구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유리창을 깨부수고, 인질극도 벌이는 등 은행을 상대로 한 시민들의 공격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현장음]
"당신 아이 있어? (네.) "그럼 당신 아이를 생각해봐. 난 돈이 필요해."

코로나19 사태 직전부터 1조 4000억 원 채무를 지고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은 레바논.

정부는 대규모 인출 사태를 막겠다며 한 달 최대한도를 400달러로, 그것도 지금의 20분의 1 가치밖에 안 되는 25년 전 환율의 레바논 파운드화로만 인출하도록 제한했습니다.

자산이 묶인 시민들이 돈을 찾겠다며 강도를 자처하자 레바논 은행 연합회는 아예 무기한 휴업을 선언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송주형 / 레바논 한인회장]
"(생활이) 어려워지고, 물가는 또 올라가니까… 자기 돈이라도 찾겠다고 은행에 들어가는 거거든요."

2년 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레바논 경제는 펜데믹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까지 겹치며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고, 국민 4명 중 3명이 빈곤층이 됐습니다.

세계은행은 19세기 중반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경수 /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기득권층은 달러를 써야 되고 그 보유액은 잡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정치 불안정과 부패가 제일 큰 문제라고 볼 수가 있고."

이런 가운데 현지시각 23일 레바논 미니에에서 출항해 유럽으로 가던 난민 보트가 침몰해 레바논과 시리아 난민 80여 명이 숨지는 참사까지 발생했습니다.

인근 내전 지역 난민 등을 받아들이며 세계에서 인구 1인당 수용 난민 수가 가장 많았던 레바논이 최악의 불황 속에 난민 국가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세계를 보다 염정원입니다.

영상편집: 김문영

염정원 기자 garden9335@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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