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묻힌 반도체·전기차 1.6조 투자유치

김미경 2022. 9.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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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진화에도 해석 엇갈려
민주도 李 형수욕설 의식 소극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3개국 해외순방이 본말전도로 빛을 바랬다.

5박7일 간의 순방 동안 유엔 총회에서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했고, 34개월 만에 한일 정상이 마주 앉는 회담을 가졌고,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의 7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총 11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음에도 부각된 것은 '이 XX' 비속어 논란과 48초짜리 한미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5일 서면 브리핑에서 △'자유를 위한 국제연대 강화'라는 대외정책 핵심기조 각인 △미국·일본·독일 정상과의 협의를 통해 주요 현안 해결 및 신뢰 구축 도모 △'세일즈외교' 본격화로 첨단산업과 스타트업 투자 유치 △핵심 광물 및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과학기술과 미래성장산업의 협력 기반 구축 등 5가지를 순방 주요성과로 꼽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제77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변환기 국제문제 해법으로 자유와 연대를 제시하고, 에너지·기후·보건위기·디지털격차 등 주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 기여 의사를 표명했다"며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한-캐나다 양자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 향후 양국관계가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했고, 캐나다 측은 정상회담 외 친교오찬, 총독 환담 등 우리 측에 최고의 예우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투자신고식 및 북미지역 투자가 라운드테이블 계기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의 R&D센터 투자 유치로 글로벌 BIG4 반도체 장비업체의 한국 내 공급망을 완성했다"며 "AMAT는 지난 7월 산업부-경기도와 투자의향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순방을 통해 실제 투자신고로 이어지는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계 2~4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재제조·트레이닝센터), 램리서치(R&D센터), TEL(R&D센터) 등은 이미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

또 한-캐나다 기업·기관 간 4건의 핵심 광물 협력 MOU를 체결했으며, 양국 정부간 핵심 광물·공급망 협력 MOU도 빠른 시일 내에 체결할 계획이다. 캐나다와는 수소,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 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모든 성과를 덮어버렸다.

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점이나 한일정상회담이 30분 약식으로 열린 점들도 윤 대통령의 순방효과를 감쇄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의 대응이 논란을 진화하기는커녕 더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 ○○○○ 쪽팔려서 어떡하나"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았고, 대통령실의 해명도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발음이 '날리면'이라고 듣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한 것에는 사과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이나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순방 전에 "합의됐다"고 확정적 표현을 쓴 게 실망감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졸지에 '이 XX'가 된 민주당의 반응은 평소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와 견줄 때 수위가 높지 않다. 대국민 사과와 외교라인 경질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과격한 대응은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과거 '욕설 논란'이 재부각될 것을 우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욕설 논란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두고 계파를 막론하고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비명(이재명)계 등 계파와 상관없이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23일 "입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무시와 적대감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이라며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반헌법적인 행태"라며 날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변명을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구질구질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과 공방을 주고 받기도 한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야당과 좌파언론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의 기회로 이용하고자 했다"고 남기자, 친명계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XX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힘의 우기기가 눈물겹다"며 "손발도 안맞고 급기야 제2의 광우병이라고 왜곡까지 하는데, 제2의 김학의 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의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는 짧은 글만 남겼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국민들은 망신살"이라고만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욕설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국가 간 민감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권에서 언어의 품격을 논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을 뽑자면 바로 이 대표"라며 "그야말로 '욕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만 국한된 사안이라면 정말 좋은 공격거리 중의 하나"라면서 "이번에는 대외관계 문제로 걸려 있기 때문에 자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실의 참모진이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말실수였다'고 충분히 해명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정색하고 죽기살기로 대응하니 진화가 안된다"며 "그런 식으로 해명할 일도 아니고, 갈등을 키울 일이 전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김세희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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