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팬데믹 출구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의 의미

2022. 9. 25. 18: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홍기 ETRI 선임연구원

오는 9월 마지막 주, 필자 개인적으로 '올림픽'이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개최된다. 'ICT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2022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ITU는 1865년 설립된 UN 전문기구이자 ICT 분야 최대의 국제기구이다. ICT 국제표준 개발, 국가 간 전파간섭 방지를 위한 무선주파수 대역 할당 및 개도국 ICT 발전 지원 등을 수행한다.

ITU 전권회의는 4년마다 개최되는 ITU 최고위 의사결정회의이다. 각국 정상들로부터 전권(全權)을 위임받은 193개국 장·차관급 수장들이 모인다. 세계정보통신 관련 주요 이슈를 논의하고 글로벌 ICT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ITU 전권회의에서는 사무총장, 사무차장, 표준화, 전파 및 개발 등 부문별 총국장, 이사국 등 선거도 실시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재섭 ITU 표준화국장은 한국인 최초로 첫 ITU 사무차장직에 입후보해 도전한다. ITU 직제상 두 번째 자리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사국 9선 연임에도 나선다. ITU의 전반적인 법률, 행정 및 운영 이슈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버보안 등 ICT 일반 사안들도 논의한다. 그 결과로 결의(Resolution)를 채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부산에서 ITU 전권회의를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한 바 있다.

2022 ITU 전권회의는 필자 개인적으로 2014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참가하는 전권회의이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설렘과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가 ITU에서 전 세계 최초로 제안하여 전권회의에 제출한 '팬데믹' 결의안을 아·태지역을 대표하여 담당하기 때문이다. 전권회의에서는 더 이상 필자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그리고 아·태지역을 대표한 만큼, '팬데믹' 결의안의 주도국으로서 자부심과 두려움이 앞선다.

우리는 지금도 2019년 전 세계를 강타해 아직도 우리 삶에 퍼져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다. 팬데믹의 최초 발생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발생 후 우리나라는 ICT를 활용하여 스마트 검역시스템 구축, 데이터 기반 역학조사 수행, 환자·의료 자원 관리 등을 선보였다. IT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모범사례를 공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미래에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팬데믹의 확산을 빠르게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ICT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번 전권회의에서는 ICT가 팬데믹 대응에 빛을 발휘하기 위한 ITU의 역할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원국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진다면, 합의된 내용이 신규 전권회의 결의로 채택되게 된다. 전권회의 결의는 미래 전권회의에서 회원국들이 해당 결의에 대한 폐지를 의결하지 않는 이상 지속해서 효력을 발휘한다. 아울러 ITU의 중장기적인 ICT 정책 입안에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일례로, 부산에서 개최된 2014 ITU 전권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발의하여 채택된 '사물인터넷(IoT)' 결의는 이듬해 ITU 표준화 부문 산하 신규 IoT 연구반(ITU-T SG20)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전권회의에서 논의할 '팬데믹' 결의가 전권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된다면, ITU 산하에 팬데믹 대응을 위한 다양한 작업들이 착수될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는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글로벌 ICT 현안을 원활히 중재 및 조정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2014 ITU 전권회의 당시 회의를 주재하며 '사물인터넷(IoT)' 결의를 개발하던 같은 연구원 소속 선배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필자도 펜데믹 관련 결의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전권회의에서 이러한 기회가 주어져 너무나 뜻깊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ICT의 역할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우리나라가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ICT 정책을 주도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다. 필자의 작은 역할이 전 세계인을 불안과 고통, 안전으로부터 '국제표준'이라는 가치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생각하니 어깨 또한 무겁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