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온기, 그리고 법과 사랑의 황금비율을 전하는 '법사'
최근 법과 법조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연이어 눈길을 끌고 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포문을 열었고, 얼마 전 방송을 시작한 KBS 2TV ‘법대로 사랑하라’(극본 임의정·연출 이은진·제작 ㈜지담미디어)가 그 배턴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법에도 온기가 있다’는 외침이다. 법조문은 2차원의 글일 뿐이다.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드라마는 법에 인간미를 입히며 다툼을 ‘승소’와 ‘패소’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난개발 문제를 마을의 수호신처럼 자리잡고 있는 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타파하고, 대중의 통행권 확립 차원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못받게 된 사찰이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패소를 안긴 법무법인이 법률 지원하겠다는 해법을 통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법대로 사랑하라’ 역시 이와 비슷한 궤를 보여준다. 이웃 간 첨예한 대립을 빚게 되는 층간소음 문제의 원인을 이웃이 아니라 부실시공한 건설사에서 찾는다. 막대한 소송 비용 때문에 실익을 얻기 힘든 주민들이 각자의 집에서 연주한 악기 소리로 화음을 만들어내는 ‘층간소음 밴드’ 영상을 공개해 건설사가 백기를 들게 만드는 장면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아동학대를 다루는 시선은 어떠한가? 학대를 저지른 가해자는 대다수 피해 아동의 피붙이다. 그러니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정작 아이는 보호받을 사람을 잃고, 갈 곳을 잃는다. 결국 아동보호시설이 부족해 가해자가 단죄 받은 후에도 피해 아동이 또 다른 형태로 고통받게 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주인공 김정호(이승기 분)와 김유리(이세영 분)가 피해 아동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대목은 ‘법대로 사랑하라’의 가진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법대로 사랑하라’가 또 흥미로운 지점은 법원이 배경이 아닌 법 드라마라는 것이다. 김정호의 건물, 그리고 그곳에 세를 얻은 김유리가 운영하는 로(LAW) 카페가 주요 배경이다. 법정에서 만난 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와, 검사와 변호사, 유죄와 무죄로 대립한다. 판결에 의해 누군가는 환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땅을 친다. 하지만 ‘법대로 사랑하라’는 법을 적절히 활용해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닦는다. 그 답이 다소 판타지적일지라도, 시청자는 흐뭇하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인 드라마를 통해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이 살풍경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대로 사랑하라’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유명 웹소설이 원작이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법을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작가의 노력과 혜안이 돋보인다. 승소율이 아니라 법감정을 제대로 아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라 따뜻하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이승기와 이세영의 호흡도 돋보인다. 통상 한국의 의학 드라마, 법정 드라마는 각각 의사와 법조인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라 불리곤 한다. 그래서 전문직 드라마의 탈을 쓴 로맨스 드라마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법대로 사랑하라’ 역시 김정호와 김유리가 나누는 미묘한 감정 교류가 이야기를 지탱하는 주요 축이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법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과정 만큼은 웬만한 법정물의 전문성 못지않다. 로맨스(romance)를 ‘로맨스‘(Law+romance)로 부를 만하다. 그 중심에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남녀와 법 적용을 두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두 법조인의 이야기를 적절히 쌍끌이하는 배우 이승기와 이세영이 있다.
이승기와 이세영은 로맨스 연기에 특화된 배우들이다. "보고 싶어 어떡하지"(2회)라는 김정호의 취기 어린 고백, "난 너랑 가족 같은 거 하기 싫어"(4회)라는 김유리의 돌직구 고백, "나도 니가 좋다고, 그 뜻이야"(6회)라는 김정호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고백 등은 ‘법대로 사랑하라’의 로맨스 감정을 한껏 끌어올리며 전문직 드라마를 넘어, 한 편의 로맨스 드라마로서도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이승기와 이세영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다만, 주변 인물의 역할이 다소 아쉽다. ‘준수한 드라마’가 ‘탁월한 드라마’로 가기 위해서는 주연 배우 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조연들이 함께 살아줘야 한다. 연출의 묘가 더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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