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보조금 대상' 전기차 출고..내년 피해 본격화

美 현지 시장 반응

◆ 현대차 IRA 비상 ◆

"세액공제(Tax Credit)요? 세무사에게 물어보세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고 난 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 중인 한국인 김형석 씨는 해당 주의 현대자동차 딜러에게 연락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구매를 문의했다. IRA 통과에 따라 아이오닉5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별도의 할인 혜택 등이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그러자 딜러는 세무사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딜러는 아이오닉5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김씨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IRA와 관련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며 "딜러까지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IRA 통과 후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전기차에 지급되던 보조금이 폐지됐다. 한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정확히 얘기하면 세액공제다. 한국은 정부가 보조금을 완성차 기업에 지급하고 소비자들은 전기차 가격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차를 구매하는 데 반해 미국은 자신이 내야 할 세금에서 7500달러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올해 소득을 기반으로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이 1만달러인 사람이 전기차를 구매했다면 7500달러를 제외한 2500달러만 정부에 납부하면 된다. 만약 5000달러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5000달러는 차감되지만, 나머지 2500달러를 현금으로 환급해주지는 않는다. 세금을 환급받는 사람이라면 전기차를 구매해도 7500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혜택은 다음 연도로 이월되지도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딜러는 세액공제 차종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구매 여부를 결정할 뿐이다.

현재 미국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심화로 전기차 신차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출고되는 차량은 대부분 지난해 계약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IRA에 관계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