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는 이준호 NHN 회장?.. 따지러 간 개미들

신하연 2022. 9. 25.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영승계때 부담 줄이려는 꼼수"
소액주주들 자택·사옥서 시위중
자회사 헐값매각·쪼개기 상장탓
회사측 "주가 하락 방치 의혹 사실 아냐"
네이버에서 분사해 설립된 게임업체인 NHN의 소액주주들이 이준호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NHN 소액주주모임 제공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DB하이텍과 풍산에 이어 이번에는 게임업체 NHN의 주주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함께 몇 주간 삼성동 이준호 NHN 회장 자택 앞과 판교에 위치한 NHN 사옥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이준호 회장이 장남 승계를 위한 차원에서 주가 상승을 저지하고 있다"며 "게임신작 등 호재 뉴스는 고의로 미루고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실적 뉴스만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를 낮게 유지해 향후 승계작업 과정에서 주식 매입 비용 등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매각한 피앤피시큐어를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NHN은 2014년 4월 인수했던 보안전문회사 피앤피시큐어 지분 70%를 8년여 만인 2021년 1050억원에 재매각했는데, 주주들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를 겪게 됐다는 것이다.

NHN 소액주주 대표는 "피앤피시큐어의 2021년 실적은 매출 431억원에 순이익 212억원, 2020년 실적은 매출 345억원에 순이익 169억원으로 2021년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7배, 2020년 순이익 기준 PER 11배라는 저가에 매각됐다"며 "영업이익률이 50%가 넘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20%가 넘는 등 초우량 기업임에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피앤피시큐어는 NHN이 보유했던 기업 중 가장 영업이익률이 높은 회사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순이익 최소 212억원에 PER 15배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HN은 2016년 흑자전환 이후 현재 분사 당시보다 매출 규모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엔 연매출 1조원도 돌파했지만 주가는 9년째 뒷걸음질하고 있다. 회사 핵심 부문의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반복하면서 시가총액도 1조2000억원 가량에 머물러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PC온라인·모바일 게임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3개의 자회사를 신설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알짜배기 사업인 간편결제 NHN페이코를, 2021년에는 NHN두레이를 분사했다. 올해 4월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NHN클라우드를 물적분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2013년 당시 7만원대에서 현재 2만원대로 빠졌다.

주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지난 6월 300억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748억2875만원 규모 자기주식 150만717주를 소각했다. 3년내 전체 주식 유통물량의 10% 추가 소각 계획(1100억원 규모)도 밝혔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발표(6월 20일) 이후 상승해 6월 30일 2만9950원까지 올랐던 NHN 주가는 재차 하락 전환했다. 이후 NHN빅풋을 흡수 합병한다는 카드도 내밀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초 4만3000원대였던 주가는 이달 23일 2만3350원으로 40% 이상 떨어진 상태다. 22일 장중 신저가(2만2350원)도 기록했다. 최근 세 달간 17.20%나 빠지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25%)을 훌쩍 밑돌았다.

반면 이준호 회장은 지분을 늘리며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준 이 회장은 최대주주(680만주)로 지분 18.88%를,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가 각각 15.27%, 11.11%씩을 보유하면서 2, 3대 주주에 올라있다. 두 회사는 이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다.

여기에 이 회장의 두 자녀가 각각 2.78%씩, 아내 권선영씨가 0.39%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이 회장과 그의 가족이 보유한 NHN 지분만 무려 전체의 51.21%에 이른다. 이 회장이 지난 2013년 네이버(당시 NHN)에서 게임 사업부인 NHN엔터를 가지고 독립할 당시 16.9%에 불과했던 지분을 9년 만에 약 3배나 불린 셈이다.

한 소액주주는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키우자 사측도 자사주 소각과 자회사 합병 등 주가 방어를 약속하는 듯 했으나 (이후) 주가는 다시 제자리걸음이고 회사 관계자들도 입을 닫고 있다"며 "피앤피시큐어 매각금액이 이 회장 개인 투자회사를 통해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HN 측은 "회사가 주가 하락을 방치하고 있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올해 들어서만 5차례에 걸쳐 주주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고,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더해 3년간 11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까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경영 승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현재 전혀 검토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