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3고'에.. 반도체·인터넷 울고 자동차·조선 웃고
'고환율 수혜' 자동차·조선 급부상
수출비중 높고 이익 모멘텀 기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사실상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성장주를 버리고 고환율 수혜주로 갈아탈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는 힘을 잃었고 네이버·카카오도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성장주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달러 강세 수혜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고 이익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는 자동차와 부품, 배터리, IT 하드웨어, 기계를 꼽는다.
■자동차주, 호실적에 환율 효과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2차전지주가 주춤한 가운데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자동차주가 새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는 자동차 매출 비중이 수출 30%, 미국 10%, 유럽 10% 수준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채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분기 평균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금은 개인이 팔고 있지만 이들이 순매수세로 돌아서면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현대차를 2084억원어치(23일 기준) 사들였다. 외국인 순매수 3위에 해당한다. 기관도 695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낸 반면 개인은 2750억원어치를 팔아 현대차를 순매도 3위에 올려놓았다.
외국인이 자동차주를 사들이는 것은 2·4분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늘어난 업체가 테슬라, 포드, 현대차, 기아뿐이다. 올해 7~8월 미국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0.3%)와 기아(3.6%)는 증가세다. 하지만 도요타(-15.2%), 혼다(-43%), 닛산(-31.9%) 등은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 실적은 기대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2·4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율이 12.3% 오른데 힘입어 추정치 평균을 30.5% 웃도는 실적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4분기 현대차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조4744억원, 2조7263억원이다. 직전 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102억원, 6887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기아도 매출액(21조8771억원)과 영업이익(2조1248억원)이 3개월 전보다 각각 1조6330억원, 5038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가장 크게 줄이면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경신하고 있다"며 "현재의 점유율은 일시적 반사이익이 아닌 성공적인 라인업 확대의 결과다. 경쟁업체 대비 낮은 인센티브는 한국차에 대한 거부감 감소와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영업익 22% 줄어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 업종,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업체, 제약·바이오 업계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도 수혜주다. 상반기 국내 의류 OEM '빅3'인 영원무역, 한세실업, 화승엔터프라이즈의 합산 달러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8%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원화 환산 매출은 같은 기간 52%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331억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상승 효과에 올해 상반기 매출 1조1627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72.7%, 영업이익은 43.5% 늘어난 수치다.
반대로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업계는 업황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주가가 바닥을 뚫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4분기 연결기준 매출 전망치는 78조358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2921억원으로 22.29% 줄어들 전망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4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는 각각 22조원, 12조원으로 모두 전분기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반기 IT 기기 수요 둔화가 심화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반도체 매출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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