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왕관의 무게' 무겁다면 벗어던져라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입력 2022. 9. 25. 18:04 수정 2022. 9. 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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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당국 등 잇단 발언 논란 속
주중韓대사관도 불법주차로 시끌
'단순 실수' 변명 아닌 사과가 먼저
고위직일수록 언행과 책임 신경을
주중한국대사관의 차량이 16일 베이징 왕징 지역의 한 횡단보도에 걸쳐 불법 주차돼 있다. 샤오홍슈 캡처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놓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한 말 때문이다. 당초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이 달렸다. 열 시간이 훌쩍 지난 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리 전문가까지 동원돼 뭐라고 했는지 알아내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잡음도 심하고 입 모양도 정확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이쯤에서 그만 넘어가자는 말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문제의 본질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 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음에도 별다른 사과 없이 지나가려 한다는 데 있다. 대상이 미국 대통령이든, 한국 야당이든 한 국가의 지도자가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단어였다. 외신들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해외 언론마다 XX를 ‘FXXXers’ ‘Idiot(바보)’ ‘foul-mouthed criticism(고약한 비난)’ 등으로 번역해 기사를 쏟아냈다.

공식 석상이 아니었다고 넘어가기에도 해명이 궁색하다. 대통령의 업무 시간은 24시간이며 출퇴근의 개념이 없다고 말한 것도 대통령실 아니었나. 언론이 몰래 숨어 촬영한 것도 아니고 공개된 자리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모르고 말했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튀어나왔다면 평소 발언을 유추해볼 법하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개되고 있는 자리라는 것을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아야 한다. 그에 앞서 이 XX 발언 부분은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주중한국대사관의 차량이 16일 베이징 왕징 지역의 한 횡단보도에 걸쳐 불법 주차돼 있다. 샤오홍슈 캡처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창인 주중대한민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도 부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 수차례 논란을 만들며 교민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16~18일 주중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K페스타가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들도 대거 몰려 화제가 됐는데 행사 뒤 한 중국인이 샤오홍슈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몇 장이 이슈가 돼 한인들에게도 회자되고 있다.

바로 ‘196001使’ 번호판의 차량이 횡단보도에 걸쳐 주차된 사진이다.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행사 개막일인 16일 오후 해당 차량을 타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196과 使는 한국대사관을 가리키고 001은 1호 차량, 즉 고위 관계자의 전용 차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차량의 불법 주차 사진에 일부 중국인은 주차 위반을 지적했다. 주중대사관 측에서는 운전 직원의 실수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중국인이나 교민들이 과연 그 말을 듣고 운전한 사람을 비판할지, 차에 탔던 사람을 욕할지 모르겠다. 변명보다는 사과가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부하 직원의 잘못이라 해도 관리를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상사였다면 어땠을까.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지인은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향해 “한 중국인이 ‘인민을 버린 지도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격리 과정에 본인만 더 좋은 호텔로 옮겨가 격리를 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같은 국민들의 고충보다는 본인의 안위가 더 중요했냐며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고위 관계자는 스스로를 가리켜 한 달여 만에 두 차례 격리를 해보니 ‘격리의 달인’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 긴 기간을 격리하며 낙후된 시설에서 지냈던 교민들이 들으면 부아가 치밀 노릇이다.

한 국가를 대표해 대사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의 주목을 받는 고위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공식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꽁꽁 감춘 채 사후에 ‘공관장 활동’이라고 홈페이지에만 게재한다고 본인의 치적이 되지는 않는다. 일방적 ‘홍보’는 언론 자유 최하위 국가인 중국식 ‘선전’과 다를 게 없다. 언론이 일일이 취재하지 않아도 고위급 인사의 말과 행동은 뒤늦게라도 공개되기 마련이다. 흔히 말하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 무게가 무겁다면 스스로 벗어던지라.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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