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쿼드러플 신용경색..'SF 복합위기'로 악화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상춘 2022. 9.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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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빚 30경원
상환 임계치 넘어서
韓, 외국인 자금 이탈
역머니무브 가속화 등
신용경색 우려 커져
스태그플레이션에
금융위기까지 덮치면
대형 복합위기로 번져

지난주 슈퍼 위크를 맞아 대부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신화를 바탕으로 2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종료되고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경제주체들이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불과 6개월 만에 들이닥친 고금리 시대를 맞아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빚의 복수’다. “다시 고금리 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부채 경감 착각(debt deflation syndrome)’에 빠져 무서운 줄 모르고 빌려 쓰는 과정에서 세계 빚은 위험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빚은 우리 돈으로 30경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260%에 달해 상환 가능한 임계치인 200%를 훨씬 넘어섰다. 세계 인구 75억 명 기준으로 1인당 빚을 계산한다면 40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자금 사정이 쿼드러플 공포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얼어붙는 신용경색 현상이다. Fed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국제 유동성 시장은 Fed 공포, 자국 중앙은행 공포, 마진콜 혹은 디폴트 공포에 이어 앞길이 보이지 않는 뉴 애브노멀 공포까지 겹치면서 얼어붙고 있다.

특히 Fed의 통화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이 심하다. Fed 공포로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서든 스톱’, 1년 이상 지속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은행으로 흡수되는 ‘역무브’, 증거금 부족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의 ‘디레버리지’,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움켜쥐는 ‘퇴장’ 현상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금리 인상과 신용경색은 모든 자산 가격을 떨어뜨려 세계 경제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경고한 ‘SF 복합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2008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financial crisis)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SF 복합위기는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형태의 위기가 복합된 대형 위기에 해당한다.

세계 경기는 이미 빠르게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 들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두 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판단 기준으로 본다면 ‘경기침체’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세계 경제 주도국의 물가는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여전히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빚을 가장 많이 쓴 국가로 분류된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지는 오래됐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새 정부 출범 직전까지 ‘부채의 화폐화’를 거론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IMF에 따르면 앞으로 3년 후에는 국가채무비율마저 위험수위인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최후 보루(last resort) 역할을 해왔던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갈수록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는 3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속도로 무역적자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 6월 IMF가 제시한 새로운 적정외환보유액(연간 수출액의 5%+총통화량의 5%+유동 외채의 30%+외국인 투자 잔액의 15%를 합한 규모의 100~150%)의 하단이 20년 만에 처음 무너졌다. 최근 들어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이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국가신용도를 새로 부여받는 세계 3대 평가사의 첫 정례심사가 시작된다. 6년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받은 이후 정체된 상황에서 Fed의 금리 인상과 우리 내부의 외화 사정 악화가 맞물려 강등당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방 차원에서 선제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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