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역대 최대 쌀 45만톤 시장격리"..'민생' 앞세워 순방 논란 돌파 시도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문광호 기자 2022. 9.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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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과 정부는 25일 폭락하는 쌀값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t의 쌀을 사들여 시장 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2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막기 위한 스토킹 처벌 강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민생 현안을 앞세우면서 대통령 순방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와 관련해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당정은 금년 수확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총 45만t 규모의 쌀 시장 격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대책은 시장격리 대책을 통해 쌀값이 상승했던 2017년보다도 더 빠르고 더 많은 규모의 과감한 수확기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들이려는 45만t은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25만t에 신곡 10만t과 2021년산 구곡 10만t을 추가한 것이다.

당정은 신당역 살인사건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스토킹 범죄 대응방안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처벌 대상에 온라인스토킹 범죄를 추가하고,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에 위치추적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키로 했다. 현재는 과태료만 부과된다.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대상에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이도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환율 및 금리 상승 대책으로 “지난 3월의 (대출) 만기연장조치가 9월에 종료되더라도 이들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이 충분한 영업정상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해주는 연착륙 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하는 한편,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을 위한 30조원 규모의 새 출발 기금도 10월 4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또 대포폰 개통 원천 차단을 위한 본인 확인 절차 강화 등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 등도 정기국회에서 추진키로 했다.

다만 당정은 더불어민주당이 7대 민생법안으로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대변인은 “당정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남는 쌀 의무매입법’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공급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 농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격리 의무화보다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내년부터 신규로 도입·추진하여 가루쌀·밀·콩 및 조사료의 재배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쌀 수급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를 동시에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도 박 대변인은 “해당 개정안이 위헌 논란(재산권 침해), 민법상 손해배상원칙 적용의 형평성(노조에 대해서 예외 인정) 등에 대한 법리적 우려가 있고, 기업경영활동 위축 및 불법파업·갈등 조장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 결과를 두고 여권이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윤 대통령 순방 논란을 잠재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의 중점 추진 법안에 대한 비판이 다수 나온 것은 정기국회에서 여론전으로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 측 인사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향후 당정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위해 고위당정협의회를 격주로 정례 개최하기로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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