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 최대 폭락한 쌀값..45만t 빼내면 하락 멈출까
정부가 총 1조원을 투입해 쌀 45만t을 사들이기로 한 것은 쌀값이 1년 새 25% 떨어지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0~12월 수확될 올해 신곡과 지난해 수확한 구곡을 사들여 해당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식으로 추가적인 쌀값 폭락을 막겠다고 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5만t의 올해 격리량은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지난 2005년 이후 수확기 시장 격리 물량 중 역대 최대 물량이다. 수확기 시장 격리 조치는 지금까지 총 10차례 실시됐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 15일 기준 20㎏당 4만725원까지 떨어졌다. 1년 전 5만4228원과 비교하면 24.9%가 하락한 것인데, 이는 지난 197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쌀 소비량이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이라 정부로서는 쌀을 시장에서 격리해 공급을 줄이는 것 이외는 쌀값을 조절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파악된 잉여 쌀 물량은 10만t,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쌀 물량은 25만t 가량이다. 농식품부는 이 둘을 합친 양보다 10만t 많은 물량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키로 한 것이다.
정부가 신곡과 구곡을 함께 매입하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대로는 두 번째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작황과 신곡 수요량, 민간의 재고, 수확기 쌀값 안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한 물량”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수매에 잠정 1조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매 물량과 별개로 정부가 확보한 공공비축미는 지난해보다 10만t 증가한 45만t으로 파악됐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에 총 90만t의 쌀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것이다. 이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해당한다. 이 역시 2005년 공공비축제도 이후 최대치다. 통상 수확기 시장에서 격리되는 양곡 비율은 8.3∼18.1% 수준이었다.
정부는 우선 구곡에 대해 수매 수요조사를 거친 뒤 매입 계획을 수립해 다음 달 20일 실제 쌀 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곡은 앞선 시장격리 사례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매입하고 신곡은 오는 12월 25일 가격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지금 방식과 가장 비슷하게 시장격리를 했던 2017년 같은 경우 수확기 격리 전에 비해 가격이 13∼18% 올랐다”며 “올해 같은 경우에도 그 정도가 상승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을 검토한 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는데, 농식품부는 공급과잉과 재정부담 문제를 들어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45만t 쌀 매입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법제화되지 않도록 성남 농심을 달래 위한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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