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도어스테핑에서 입장 표명할까
각종 외교실패 논란에 외교안보라인 책임론 부상
야당과 협치·국정동력 회복의 길은 더 좁아져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간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지난 24일 밤 귀국했다. 성과 보따리 대신 외교실패와 비속어 등 각종 논란을 들고 왔다. 돌아온 자리는 이 논란들에서 비롯한 갈등으로 한층 가팔라진 대치정국의 한 가운데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걸린 정기국회의 여야 협치는 난망해졌고,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서 ‘상시 위기 국정’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내놓을 귀국 일성의 내용과 수위에 따라 정국이 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귀국 다음날인 25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주요 성과’ 보도자료를 냈다. 주요 성과로 ‘자유를 위한 국제연대 강화’라는 대외정책 핵심기조 각인, 미·일·독 정상과의 협의로 주요 현안 해결·신뢰 구축 등 다섯 가지를 들었다. ‘세일즈 외교’ 본격화, 핵심광물·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과학기술·미래성장산업 협력 기반 구축 등 경제 사안 세 가지를 주요 성과에 포함했다.
실제 순방 결과는 성과보다 각종 논란이 지배했다. 특히 윤 대통령발 비속어 논란의 파장이 국내외로 번지며 순방 성과 주목도를 뒤로 밀려나게 했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의 대상이 미국 의회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인지, 한국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인지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실 해명이 맞으면 대야당 관계가, 틀리면 국정운영세력의 진실성이 칼끝에 오른다. 대통령실은 비속어 지시 대상을 야당이라 밝히면서도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하지 않았다.
결국 발화자이자 국정운영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스스로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귀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관례를 깨고 순방에 동행한 출입기자단과의 기내간담회를 생략했다. 사안이 일파만파 번지는 동안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르면 26일 이뤄질 출근길 문답에 시선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대야당 관계, 논란에 대처하는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자세 등이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나 다른 과정을 통해 그 부분이 어떤 의미인지 밝히면 여러 논쟁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의 실체를 짚어보는 것도 복귀 후 주요 숙제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이날 자료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등에 대한 정상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고, 일본과는 2년 9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해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두 경우 모두 ‘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 한·미는 48초 대화 등 3차례의 환담, 한·일은 ‘약식’ 회담 형태로 이뤄졌다. 내용 면에서도 성과가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참사’ 비판이 불거진 데는 외교안보라인의 미숙하고 성급한 대처가 영향을 미쳤다. 다자회의 전후로 벌어지는 정상간 접촉에 유동성이 크고, 정상회담은 양자 동시 발표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대통령실은 일찌감치 한·미,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못박고 미리부터 성과로 홍보했다. 결국 한·일 회담이 무산 위기까지 처하다 약식 형태로 이뤄지고, 한·미도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등 외생변수로 격이 낮춰진 형태로 치러지면서 스스로 높인 평가기준에 따라 혹평을 받는 상황이 됐다.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외교안보라인 경질론 주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도 경질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야당과의 협치 묘수를 찾는 길은 더 어려워졌다. 비속어 논란이 더해지며 순방 뒤로 계획하던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 등은 유동적인 상태로 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강공을 예고했다. 정기국회를 수세 상황에서 시작하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각종 주요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실현하는 데도 난관이 예상된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 충돌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상황을 돌파하려면 여론의 지지가 필수이지만, 국정수행 지지율은 다시 비상 상황으로 전환했다. 순방 전 소폭상승세를 보인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인 지난 20~22일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지지율)은 전주(33%)보다 하락한 28%로 집계됐다. 순방 논란에 따라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20%대 대통령’이 고착화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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