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자 주는데 손해 안나..개미가 대피한 안전지대

권순완 기자 2022. 9. 25. 17: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시대의 '금고' 상품.. 안전 자산 찾는 개인 투자자 몰려

최근 치솟는 국내외 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금리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ETF란 통상 여러 종목의 주식이나 채권을 ‘꾸러미’ 형태로 묶어 투자하는 금융 상품인데, 금리 추종 ETF는 이와 달리 특정 금리를 추종하며 그 금리에 따라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항상 ‘플러스’ 수익이 나는 만큼, 위험 기피 성향의 개미 투자자들이 고금리 시대의 안전 지대로 보고 이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OFR 금리 액티브 ETF’는 이달 들어 약 3주간 개인 투자자 순매수 금액이 26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가격 변동성을 ‘낮음’ 이하(최근 1년 가격이 평균치로부터 15% 내 분포한 것)로 분류한 ETF 123종 중에서 개미들의 순매수가 가장 많았다. 단기 자금이 쏠리는 레버리지·인버스 등 각종 고위험 파생형 ETF까지 포함한 전체 600여 종의 ETF 가운데서도 5위였다. 특히 요즘 안전 자산으로 인기 있는 채권형 ETF 중 개인 순매수 1위였던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국고채 10년’(93억원)보다도 3배 가까이 많았다.

◇매일 이자 쌓여… 사실상 ‘무위험’ 매력에 투자자 몰려

지난 4월 상장된 이 상품은 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한국 무위험 지표금리) 지수를 추종한다. KOFR은 만기가 하루인 초단기 금리로,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통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산출한다.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초단기거래이기 때문에 무위험 금리에 가깝다.

이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이 시중 증권사들에 담보 제공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그 자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KOFR 금리에 해당하는 만큼의 이자를 매일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따라서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손해날 위험이 없고, 요즘같이 금리가 오를수록 수익률이 상승한다. 실제 상장 이후 5개월간 한 번도 손실이 나지 않았다. 22일 기준 KOFR 금리는 연 2.53%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안전 자산을 찾아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간 개인들이 고금리로 채권 값도 떨어지자 아예 ‘금고’처럼 안전한 금리 추종 상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만기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도 지난 한 달 개인 투자자의 매수금액(20억원)이 매도금액(2억원)의 약 10배였다. CD금리는 22일 기준으로 연 3.04%다. KOFR 금리보다 약간 높은 대신, 만기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질 경우 ETF 가격도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마이너스 금리가 아닌 이상 장기적으로는 플러스 수익을 본다.

◇한 달 수익률 0.2%지만… 입출금 예금보단 높아

금리 추종 ETF는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만큼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실제 KOFR 금리 ETF의 지난 한 달 수익률은 0.21%에 불과하다. 전체 ETF 중 73위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7%, 코스닥이 8% 하락한 것과 비교해 보면 하락장에 상대적으로는 선방한 셈이다. 사실상 ‘무위험’이라는 점에서 예·적금 상품과 유사한데, 연 2~3%대 금리의 정기예금이 6개월이나 1년 이상 돈을 빼지 못하는 것과 달리, ETF는 언제든지 팔아 현금화가 가능하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통상 연이율 1% 미만)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개미 투자자들이 이 같은 금리 추종 ETF를 장기 보유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 시장이 워낙 좋지 않으니 안전한 곳에 ‘일시 주차’해 있을 뿐이지, 앞으로 금리가 내리거나 침체가 풀릴 경우 언제든 돈을 빼 주식이나 각종 고수익 상품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루마블 게임에 비유하면, 곳곳에 지뢰밭 함정이 있는 게임판에서 차라리 이득은 없어도 몇 턴을 넘길 수 있는 ‘무인도’에 들어가자는 심리”라며 “경제가 살아나면 다시 고수익을 노리고 주사위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