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서 최태원·정용진까지..'기업인 망신주기' 구태 재연
IRA·칩4 등 산업계 현안 많아
여러 상임위서 증인 신청 준비
조원태·정몽규·류긍선도 언급
"무분별한 출석 요구 지양돼야"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나타나는 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 소환 행태가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공급망협력대화(칩4 동맹) 등 산업계 관련 주요 현안이 이어지는 만큼 다양한 상임위원회에서 기업인 국감 호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감 때마다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고 보내는 일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며 기업 경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25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여야는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국감을 앞두고 각 상임위별로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 총수 등 다양한 기업인들이 증인 명단에 오르내린다.
정 회장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의 증인 여부를 놓고 조율 중이다. IRA가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질문하기 위해서다. 다만 산자중기위에서는 최종 논의 과정에서 증인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산자중기위와 국토위·환경노동위원회 등 다양한 상임위로부터 국감 증인 출석 요구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태풍 힌남노에 의한 침수 피해로 압연 공장이 물에 잠기며 일부 제품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최정우 회장에게 포스코가 태풍 피해에 적절히 대처했는지를 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해 복구에 전념 중인 최정우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산자중기위 증인 신청을 철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자중기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의 호남 지방자치단체 유치전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광주에 스타필드를 짓기로 결정했는데 최근 전남 순천에서도 스타필드 유치에 나서면서 지역 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정 부회장이 대선을 전후로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멸공’ 등의 표현도 문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들을 명단에 대거 배치했다.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대표를 비롯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이승건 토스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포함됐다. 산자중기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가 신청한 기업인 증인 명단을 40명 내외로 추릴 방침이다.
환노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사 파업, 삼성전자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참여 선언, 포스코 사내 성추행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등 기업인 26명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대거 신청했다. 탄소 중립 실천 계획은 물론 노란봉투법에 대한 입장, 중대재해 방지 대책 등이 환노위 국감의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 모두가 민주당이 신청한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정의선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한편 기업인들의 국감 출석이 연례행사가 되면서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등에 따르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수는 17대 국회 당시 50여 명에서 20대 국회에서는 150여 명으로 급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기업인 망신 주기를 위한 국감 출석 요구는 지양돼야 한다”며 “올해 국감은 민생과 경제를 우선적으로 챙기는 정책 국감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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