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손정의, ARM빅딜 임박.. '85조 가격·독과점 논란' 최대 변수

전혜인 2022. 9. 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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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 회장 지분 직접 인수보다
최태원 등과 함께 매입 방식 유력
'반도체 시너지 구상' 등 관심 집중
엔비디아, 작년 '90조 이상' 제시
美·英 등 경쟁당국 견제도 부담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뉴스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7년간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전자가 이재용(사진)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빅딜' 논의로 다시 존재감을 보여줄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년 내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고, 이후 1년 9개월이 지났다.

재계에서는 영국의 반도체 IP(설계자산) 기업 ARM을 유력한 대상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가 직접 인수하기보다는 손 회장의 지분 일부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매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 간 '빅딜' 논의가 구체화 될 경우, 그 규모와 인수방식, 시스템반도체 부문 시너지 구상 등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재계의 최대 관심사다.

2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다음달 중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ARM 관련 전략적 협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21일 ARM 인수와 관련한 대화가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다음달에 손 회장이 서울로 오면 관련 제안이 있을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ARM 인수 가능성은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이 부회장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면 아래에서 진행돼 왔던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간의 ARM 지분인수에 대한 협상에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모바일 AP 시장에서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세서의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 ARM은 지난 2020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손 회장은 2016년 ARM의 지분을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이후 2020년 미국 엔비디아가 인수를 시도했으나, 미국·영국 정부가 모두 반대해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올해 초 인텔을 비롯해 SK하이닉스, 퀄컴 등에서 관심을 보였고,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던 삼성전자가 ARM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재계에서는 인수가 성사될 경우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외형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는 20년 이상 시장 1위를 유지하며 '초격차 기술'을 실현하고 있으나,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계 부문에서 핵심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ARM을 확보할 경우 약점으로 지적되는 설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ARM 인수에 대한 재정적 부담과 이에 따른 실리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ARM의 지난해 매출은 약 27억 달러(3조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추산한 시장가치는 최소 600억 달러(약 85조원)나 된다. 지난해 인수를 시도했던 엔비디아도 660억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최근 반도체 보호주의와 함께 심화되고 있는 각국 경쟁당국의 견제도 인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인수를 추진했던 엔비디아도 결국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에게 독과점 이슈를 설득하지 못하며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삼성전자가 ARM의 소수지분을 취득해 경영에 일부 참여하고, 기술 협력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또는 유력 기업들끼리의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성이 높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ARM 인수와 관련,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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