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에게 신뢰를 주는 전문현장교사가 되고 싶다[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은 현장교사의 역량이 80~90%를 좌우합니다.’
8개월여 현장교사로서의 활동을 통해 위의 말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분명 의미 있고 값진 일이다. 하지만 하교 후 센터를 온 아동들은 센터에서 자유롭게 쉬고 싶어 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면 “하기 싫어요”라거나 “안 할래요”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오히려 아동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아동들과의 만남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같은 날이 없다. 그래서 나부터 열려 있어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5학년 나라(가명)는 사춘기다. 다가가면 “필요 없어요” 하며 매몰차게 돌아선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살갑게 먼저 다가온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정이다. 어느 날 늦은 시간까지 함께 남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라가 양희은의 ‘어머니가 딸에게’라는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나라는 자기가 딸 부분을, 나에게는 어머니 파트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던 그 순간 나는 나라의 어머니가 됐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노을이 아름답던 어느 날에는 노을을 배경으로 서로의 등을 맞댄 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나에게 자주 기대어 주길 바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라는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영어시험에 대비해 열심히 공부하더니 영어점수는 8점으로 시작해 계속 올라갔다. 그러다가도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의 프로그램을 하려고 하면 하지 않겠다며 반항적 태도를 보인다. 그럴 때면 일단 기다려 준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다시 수업을 짧게나마 진행한다. 나라와 많이 친해진 듯싶다가도 어느 날은 저만치 멀어져 있다. 사춘기여서일까? 지금도 여전히 줄다리기 상황이다.
3학년 민재(가명)는 초창기에는 “싫어, 흥!”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일쑤였고, 묻는 말에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서 답했다. 또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눈앞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거나 책걸상을 밀치고 연필을 꺾는 등 분노를 있는 그대로 표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센터에 오면 “오늘은 프로그램 안 해요?”라며 적극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수업을 하면 처음엔 “하기 싫어요!”라고 하다가도 수업이 진행되면 “처음엔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재밌어요”라며 즐거워한다.
내가 2주 정도 센터를 나가지 못한 적이 있다. 며칠 만에 출근하니 민재가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반겨 주었는데,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그때 이후로 센터에 올 때나 귀가할 때 우린 서로 끌어안으며 인사한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다.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라는 어느 시인의 구절처럼 내가 만나는 나답게 아동들을 신뢰하고 나 역시 나답게 아동들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 그런 현장교사가 되고 싶다.
신경자(지역아동센터충북지원단 현장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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