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7% 근접..14년 만에 '8% 시대' 오나

서울의 한 은행에 지난 18일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신규대출 금리 상단이 연 7%에 근접했다. 올해 연말쯤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8%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구당 연간 70만1000원의 이자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반기로 갈 수록 빚내서 자산에 투자하기는 점점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4.380∼6.829%다. 지난 7월16일(연 4.210∼6.123%)과 비교하면 약 두 달 사이에 상단이 0.706%포인트, 하단이 0.170%포인트 뛰었다.

금리가 많이 오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다 연내 1.00~1.25%포인트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7월 말 3.523%에서 8월 말 4.295%, 이달 23일 4.795%까지 올랐다.

최근 몇 달 동안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경고하자 가산금리를 인하하거나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내려왔다. 또 지난 8월부터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가 시작되면서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채권 금리가 뛰면서 주택담보 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다시 7%대를 넘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두 달 전 연 4.100~6.218%에서 현재 4.200~6.608%로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연 4.308~6.230%에서 4.903~6.470%로 상승했다.

대출금리는 연내 더 오를 것이 확실히 된다. 문제는 폭이다. 시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에 발맞춰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만 올리면 연말 국내 기준금리는 3.0%로, 미국과 금리 차가 1.5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심해하면 자금 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한은은 빅스텝을 통해 격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진 것에 대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말했다. 앞서 이 총재는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한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 시장금리가 함께 뛰면서 신규 대출금리는 더 치솟아 연말쯤 연 8%에 근접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8%대를 기록했던 것은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긴축 속도가 몇 달 전까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라며 “한은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대출금리도 1%포인트 안팎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