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증시 더 떨어진다"..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방성훈 2022. 9. 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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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계약 4주간 49조원 급증..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연준 경기침체 용인 따른 불신 반영..하락장 대비한 보험"
이번주 연준 위원들 대거 연설..추후 정책 방향 가늠자
美국채·달러 동향 및 9월 근원 PCE 물가 발표 등도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경기침체를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이미 연저점을 경신한 미 뉴욕증시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주 줄줄이 예정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AFP)

풋옵션 계약 4주간 49조원 급증…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다이얼 캐피털 리서치가 옵션스 클리어링 코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3일까지 4주 동안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풋옵션 계약 구매가 343억달러(약 48조 8100억원) 급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최대, 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발했던 2020년 초반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주에만 96억달러가 몰렸다. 풋옵션이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미 뉴욕증시는 지난주까지 2주 연속 5%가 넘는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또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최근 3거래일 동안엔 내리 하락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3일 다우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1.62% 하락,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다시 썼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각각 1.72%, 1.8% 하락해 연저점에 근접했다. S&P500지수는 장중에는 연저점을 경신했다.

그럼에도 풋옵션 계약이 증가했다는 것은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도 파월 의장이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탓이다. FT는 풋옵션 매수 확대에 대해 하락장에 대비한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게이트웨이투자자문의 데이브 질렉 최고투자전략가(CIS)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하에선 연준이 상당한 정책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깨달았다. 연준에 의존할 수 없으며 스스로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만 풋옵션 계약이 늘어날 경우 증시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에버코어ISI의 줄리안 에마뉘엘 주식·파생상품 전략 책임자는 “연준의 경기침체 용인은 투자자들을 심리적으로 자극해 약세장을 촉발시켰다. 나쁜 소식은 머지않아 모든 자산에 대한 무차별적 매도세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간) ‘페드 리슨’(Fed Listen) 행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CNBC)

연준 위원들 잇단 연설·근원 PCE 발표 등 주목

추가 하락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주엔 파월 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 그리고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를 포함해 무려 10명의 총재 연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연준 점도표 작성에 관여한 절반 이상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만큼,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의 발언이 매파 경향으로 쏠리면 추가적인 증시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앞서 FOMC에선 19명의 위원 중 중 가장 많은 9명이 올해 기준금리 4.25~4.50%를 예상했고, 8명은 4.00~4.25%를 점쳤다.

시장은 미 국채 금리와 달러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준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주 4.266%까지 상승해 15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10년물 금리도 3.5%를 웃돌면서 성장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달러 강세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수익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실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 중에선 오는 30일 미 상무부가 공개하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근원 PCE 물가지수가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시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여서 향후 행보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잠정주택판매 등 주택시장 관련 통계 및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를 통해 공개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주요 관심거리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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