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피델리스.. 부실 펀드로 5조 날렸다
판매 금융사 징계 등 현재진행형
당국, 상시감시체계 고도화 나서
지난 5년간 환매가 중단된 펀드로 인해 개인 투자자 1만3000여명이 피해를 봤으며, 그 규모가 5조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을 시작으로 대규모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줄줄이 발생했지만, 다수의 부실 펀드를 둘러싼 제재 및 분쟁조정 또는 사법절차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환매 중단 펀드 피해 5조원= 25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환매 중단 펀드의 투자자와 판매 잔액은 각각 1만3176명, 5조159억원이었다. 환매 중단 펀드의 판매 잔액은 정상 환매와 중도 상환된 금액을 뺀 수치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모펀드 환매 중단은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꼽을 수 있다. '라임 펀드'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2019년 10월 이후 환매가 중단됐으며 피해자만 4473명에 피해액만 1조5380억원에 달해 역대 펀드 사태 중 최대 규모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1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모은 뒤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사건이다. 2020년 6월 이후 환매가 중단돼 884명이 5084억원의 피해를 봤다. 이밖에 △2019년 7월 이후 환매가 중단된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피해자와 피해 규모는 1695명에 4772억원 △ 2019년 12월 이후 환매가 중단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590명에 1753억원 △2019년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는 1278명에 2612억원이었다.
세간에 잘 알려진 환매 중단 펀드 외에도 생소하지만 작지 않은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있었다. 해외 운용사가 2020년 3월 이후 환매 중단을 통보한 'Gen2 펀드'의 피해자와 피해 규모는 590명에 7367억원에 달했다. '팝펀딩'(182명, 1378억원), '피델리스'(1081명, 3445억원), '알펜루트'(1172명, 1457억원), 'UK루프탑'(85명, 380억원), '트랜스아시아무역금융'(435억원, 3302억원), '아름드리'(90명, 475억원), '교보 로얄클래스'(151명, 390억원), 'H20'(163명, 114억원) 등도 환매 중단으로 수많은 피해를 양산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판매했던 금융사 및 임원에 대한 징계 및 법적 조치는 대체로 속도가 느리거나 미진한 편이다.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신한은행에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및 과태료 57억1000만원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옵티머스 펀드를 부당하게 판매한 NH투자증권과 펀드 수탁사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지난 3월에 사모펀드 업무 정지 등 제재가 확정됐다.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의 경우 지난 2월에 이 펀드를 만든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판매한 기업은행이 업무 일부 정지, 과태료 부과, 임직원 제재 등의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 펀드에 대한 징계 조치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나머지 환매 중단 펀드들에 대해서는 현안이 산적해 징계 등 각종 절차가 미뤄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제2의 라임 등 환매 중단 펀드 사태를 막기 위해 펀드 상시 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고 펀드 관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등 사모 펀드 시장감시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진행형인 사모펀드 사태=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피델리스펀드가 사기이자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부당권유행위에 해당한다며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운용사인 피델리스자산운용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공동대책위는 "펀드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채 거짓 정보를 설명하며 상품을 판매하여 고객들을 기망했고, (투자자들은) 은행 설명에 속아 안전한 상품이라고 믿고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피델리스펀드는 싱가포르 무역회사의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역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확보가 안 돼 2021년 2월과 6월 만기 후에도 원리금 상환이 중단됐다.
독일 헤리티지DLS펀드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정을 앞둔 사례다. 헤리티지펀드는 역사적, 예술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수도원, 고성 등을 매입해 개발을 한 뒤 분양 수익과 매각 차익으로 수익을 내겠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여러 판매사에서 총 5278억원이 판매됐고, 이 가운데 5072억원이 미상환됐다. 피해자는 약 2000명이다. 공동대책위는 "피해자들은 4~5단계의 복잡한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되는 펀드의 투자구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나 기초정보조차 듣지 못했고 안전하다는 말에 속아서 가입했다"며 분조위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부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사법당국의 수사 및 재판 절차도 현재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펀드 피해자들은 2020년 7월 펀드 판매사들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바 있다.
2600억원대 환매중단 피해를 낸 디스커버리펀드와 경우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7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검찰의 빨라진 수사 행보가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의 취임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차원에서는 이미 사안이 종결됐지만,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라임사태를 비롯해 부실 사모펀드 사태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듯하다"며 "검찰 출신인 이 원장 취임 후 금감원과 검찰 간 공조 관계가 긴밀해진 것도 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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