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이든 밖이든 청소년은 청소년일 뿐이다[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입력 2022. 9. 25. 14: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 표지



여성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의 건강검진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오는 11월까지 진행한다. 또 각 지자체와 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학업 지속과 취업지도를 위한 여러 시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40만 시대. 이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다섯 살 되던 해 어느 봄날에 학교를 자퇴하고 교문을 나섰던 한 ‘학생’의 에세이가 눈길을 끈다.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송혜교 지음 / 파란소나기)다.

저자에게는 남들이 흔히 생각하는 어떤 큰 문제나 이슈가 있지 않았다. 그저 자기 인생의 여러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학교 밖 세상은 그의 선택을 응원하지 않았다. 더 이상 학생으로 불리지 않는 10대가 학교 밖에서 겪게 될 불편은 생각 외로 컸다.

대다수의 학생이 학교에 간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청소년 요금을 내다가 잡히기 일쑤였고, 학교에 안 다닌다는 이유로 낯선 이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하기도 했다.

단지 ‘소속 학교’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수상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름 대신 ‘학교 안 다니는 애’ ‘학업중단자’ ‘중퇴자’ ‘문제아’ ‘부적응자’ ‘비행청소년’ ‘인생 망한 놈’ 등의 눈총이 쏟아졌다. 사회의 벽은 높았고, 성인들의 선입견은 강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편견과 차별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선택에 남들이 ‘실패’의 낙인을 찍는 것을 거부했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자신이 겪은 불편함과 차별이 누군가에게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단순한 생각으로 움직여 지난 10여 년간 자퇴생과 그 부모를 위한 지원과 제도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은 선택의 한 가지일 뿐이고, 자퇴생이라고 해서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 뛰어다녔다. 학생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보호해야 할 청소년이라는 사실,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했다.

저자는 정책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편견을 바로잡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와 다르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든 청개구리든 본질은 모두 개구리이듯이, 학교 안에 있든 학교 밖에 있든 청소년은 다 같은 청소년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대해 한고은 파란소나기 편집장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자퇴’란 우리 아이에게는 닥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재앙처럼 느껴졌다. ‘자퇴’를 하면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열다섯, 그래도 자퇴하겠습니다’를 기획·편집하면서 자퇴한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저 평범한 삶의 형태 중 하나였다. ‘자퇴’란 단어가 더 이상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고, 내 아이의 인생에 또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게 됐음에 안도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통 편견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학교 밖 청소년을 모르면 편견이 쌓이고, 그들의 생각을 알면 이해의 길이 열린다. 이것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 저작권자(c)스포츠경향.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