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속풀이]'2선후퇴' 선언 한 달..장제원 "주어진 임무할 뿐"

조소영 기자 한상희 기자 박기범 기자 2022. 9. 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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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민원의 날' 행사..정치 현안 '침묵'
사무실엔 尹대통령과의 흔적..동반 사진·비서실장 임명장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부산 사상구 지역 사무실에서 '민원의 날' 행사를 갖고 있다. (장제원 의원실 제공) 2022.9.25/뉴스1

(부산=뉴스1) 조소영 한상희 박기범 기자 =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중에서도 '대표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3선·부산 사상구) 국민의힘 의원이 당 혼란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2선 후퇴' 선언을 한 지 25일로 거의 한 달이 됐다.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언급과 함께 "당이 빨리 정상화됨으로써 윤석열 정부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인 뒤 지금까지 정치 현안에 대해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났지만 당의 혼란은 여전하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을 향한 가처분 신청과 윤핵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이른바 '6(주호영) 대 4(이용호)'의 결과는 친윤계의 불화 및 분화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을 넘긴 시점이지만 정부의 국정운영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도 지속되고 있다. 단단히 준비했음직한 순방에서는 비속어 논란 등이 불거졌다. 장 의원의 생각은 어떨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했고 직접 듣고 싶었다. 마침 장 의원이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여는 '민원의 날' 행사가 토요일인 24일 열린다고 해서 사무실을 찾았다.

'사상구민과의 유쾌한 소통 공간, 장제원의 비전하우스'. 사무실 앞 이러한 플래카드만 없었다면 카페로 착각할 만한 공간이 장 의원의 사무실이었다. 오전 9시40분께 찾은 사무실은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15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긴 탁자가 사무실 중앙에 놓였고, 그 외에도 민원인들이 앉을 수 있는 여분의 의자들이 주변에 배치됐다. 2층은 장 의원의 집무실이었다. 선거 때마다 입었을 듯한 역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로고 바람막이 점퍼가 벽에 걸려있는 모습이 1층에서 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직원들만 드나들 수 있는 문 앞에는 이명박(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장 의원의 출입증이 걸려 있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이날 민원 행사는 2시간이 넘도록 논스톱으로 이어졌다. 사상구 아파트를 둘러싼 민원부터 각 초등학교들의 민원을 묶은 교육 민원, 주례 2동 도시가스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사상구민들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인천에서, 영등포에서도 왔다는 민원인들이 있었다. 장 의원은 그때마다 "여의도로 오시지 그랬냐"면서 이들을 반겼다. 민원인들의 말이 길어져도 절대 끊지 않았다. 듣고, 요약하고, 다시 듣고,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부산 사상구 지역 사무실에서 '민원의 날' 행사를 갖고 있다. 장 의원은 민원인들이 퇴장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장제원 의원실 제공) 2022.9.25/뉴스1

시원한 발언도 종종 했다. 여의도에서 극도로 말을 조심하려 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나쁜 놈들은 처단해야 하지 않겠냐"며 민원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고 "이런 건 인수위 때 오셔서 말씀을 해주시지. 아니, 비서실장을 만나야지, 누굴 만난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 의원이 민원인들과 마주앉는 자리에서 보이는 사무실 벽에는 장 의원의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사진과 장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각각 위아래로 걸려있다. 윤 대통령과의 사진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 시절, 장 의원이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활동할 당시 찍은 사진이다. 사무실 다른 한편에 놓인 서랍장 상단 중앙을 차지한 것도 당선인 비서실장 임명장이었다.

장 의원은 낮 12시40분께 늦은 점심을 했다. 그는 '민원의 날' 행사가 본인에게 오히려 큰 힘을 준다면서 "서러울 때 생각나는 게 어머니, 아버지 아니냐. '오죽하면 나를 찾아왔을까'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여전히 당 상황이 복잡하다'고 말을 꺼냈으나 장 의원은 침묵했다. 본인의 단 한마디에 파장이 커지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취지로만 언급했다.

이날 장 의원의 발언 중 그나마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발언은 한 민원인이 "요새 힘드시죠"라고 묻자 "아이고, 그래도 뭐, 저한테 주어진 임무가 있으니까…"라는 대답이었다. 당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복잡다단한 상황을 인정하는 한편 지금은 앞서 약속한 대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침묵의 시간'을 좀 더 이어갈 것으로도 해석됐다. 그는 8건의 민원 이후에도 오후에 한 그룹의 민원인들을 더 만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장 의원이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크게 목소리를 냈던 것은 교육 관련 민원이었다. 그는 제대로 관련 민원들이 해결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면서 함께 자리한 시·구의원 등을 향해 속도감 있는 개선을 주문했다. 이내 "다음 주에 제가 부산에 내려왔을 때 민원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현황판을 만들라"고 관계자들에게 두세 차례 당부했다. 그는 행사를 마치고 떠날 때에도 다시 한번 '현황판 작업'을 지시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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