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자립청년 통장에는 1160만 원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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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광주 광산구에서 한 소녀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숨진 A양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으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시설에서 지내다 나온 청년들의 경우 만 18세가 넘으면 자립수당과 자립정착금을 받을 수 있지만 A양은 이와 관련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실제로 A양이 극단 선택을 하기 하루 전 같은 광주 지역의 한 보호종료아동 B군(18)도 자립에 두려움을 느껴 극단 선택을 했는데, B군의 통장에도 1165만 원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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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계획 및 돈 쓰는 법 알려주는 어른 없어..실질 지원 절실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난 달 23일 광주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새내기 A군(18)의 사망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A군이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극단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든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A군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는 사실도 이틀전 21일 A군이 극단 선택을 한 뒤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A군의 기숙사 책상 위에는 "아직 읽을 책이 많은데"라는 짧은 문장만 남아있었다.
세 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은 사회복지사가 돼 보육원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실제로 A군은 만 18세가 지난 뒤 보육원 생활을 연장한 뒤 평소에는 기숙사, 주말에는 보육원에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A군은 홀로서기를 하는데 두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고 자립을 하는데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군이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야하며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에게 돈을 쓰는 방법과 자립 계획을 세우는 방법 등 적절한 도움을 주는 어른도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틀 전 양육 점검을 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후원금을 쓴 사실을 털어놨는데, 큰 돈이 아니었음에도 후원금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정작 A군의 통장에는 후원금 외에도 1165만 원이라는 돈이 남아있었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양의 디딤씨앗 통장에는 적립금과 매칭 금액을 합해 총 1165만5311원이라는 돈이 남아있었다.
'디딤씨앗 통장사업'은 취약계층 아동의 사회진출에 필요한 초기비용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아동이 입금한 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것으로 18세 이상이면 학자금지원, 주거비용 마련 등을 위해 찾아갈 수 있으며 24세 이상이면 조건 없이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에도 보호종료아동들은 해당 금액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디딤씨앗 통장의 만기가 지났음에도 찾아가지 않는 적립금은 1814억 원에 이르고 대상인원도 4만5217명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만기된 적립금을 찾지 않는 데는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이 없는 것이 문제다. 또 통장 명의가 아동이 아닌, 지자체로 돼 있다는 것도 한 몫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금을 위해서는 다수의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 승인을 얻은 후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을 하는 등 까다로운 출금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한정애 의원은 설명했다.
디딤씨앗 통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위한 요건도 더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군의 극단 선택 뒤 지난달 24일에는 광주지역에서 또다른 보호종료아동 B양(20이 극단 선택을 했는데 B양은 자립수당과 자립정착금 등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은 아동복지시설과 가정위탁 등에 2년 이상 머물러야 한다는 요건은 충족했지만 만18세까지 보육시설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에 고작 한 달이 모자라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진 A양은 한 달이 모자라다는 이유로지자체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지자체 역시 A양의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청년들이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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