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명품 코스 처음이에요"..가을 아침 청와대 뒷산 달린 달림이들

임보미 기자 입력 2022. 9. 25. 12:16 수정 2022. 9. 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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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와 산지를 함께 걷고 뛰는 트레일런과 마라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트레일런은 힘들 때는 걸어도 된다는 점이다.

기록을 중시하는 마라톤보다 트레일런 참가자들 함께 뛰며 풍광을 즐기는 것 그 자체를 즐긴다.

2022 서울트레일온런이 열린 24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

특히 이번 대회는 최근 개방된 청와대 뒷길 북악산 탐방로가 코스로 포함된 첫 트레일런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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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린 2022 서울트레일온런 30km 여자부 우승자 안기현 씨가 산악 구간을 달리고 있다. 서울트레일온런 사무국

평지와 산지를 함께 걷고 뛰는 트레일런과 마라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트레일런은 힘들 때는 걸어도 된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의 마음가짐도 다르다. 기록을 중시하는 마라톤보다 트레일런 참가자들 함께 뛰며 풍광을 즐기는 것 그 자체를 즐긴다.

2022 서울트레일온런이 열린 24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 출발 전 모인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구름 한 점 없는 완연한 가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기 바빴다. 오전 7시 30분, 레이스가 시작되자 이들의 발소리가 이른 아침 고요한 도심을 깨웠다.

2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을 출발하고 있는 2022 서울 트레일온런 참가자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청와대를 출발해 경복궁 외곽을 순환하는 코스를 즐기며 달리고, 또 걷고 있는 2022 서울 트레일온런 참가자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경복궁 외곽을 돌아 삼청공원-북악산-북한산-인왕산을 경유해 골인하는 30km 부문 남자부에서는 지난달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에서 한국 최고기록(25시간17분51초·남자부 48위)을 세운 김지수 씨(45)가 1위(3시간 35분 11초)로 들어왔다.

다만 이날 경기는 사실상 1~3위 선수의 ‘공동우승’이었다. 선두 김 씨가 산악구간에서 넘어져 쥐가 나자 조계훈 씨(37), 장동국 씨(46)도 레이스를 멈추고 김 씨의 다리를 마사지해준 뒤 남은 길을 함께 달렸다. 세 선수는 기록도 약 1초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장 씨는 “마라톤은 누가 뛰다 넘어져도 도와줄 사람이 많아 그냥 가지만 산에는 사람이 없어 서로 도와야 한다. 또 혼자 뛰다가는 코스가 아닌 길로 빠질 수 있어 의지해 뛰어야 한다”고 했다. 우승자 김 씨도 “마지막에만 제가 먼저 들어왔을 뿐이지 사실 형님(장 씨)이 다 이끌어주셨다”고 보탰다.

2022 서울트레일온런 30km 부문 남자부에서 꾸준히 선두권에서 함께 달리며 1~3위를 차지한 김지수 씨(왼쪽) , 조계훈 씨(가운데), 장동국 씨. 기록상으로는 장 씨가 3위였지만 장 씨는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를 달리며 선두 그룹을 이끌었다. 서울트레일온런 사무국
특히 이번 대회는 최근 개방된 청와대 뒷길 북악산 탐방로가 코스로 포함된 첫 트레일런 대회였다. 이들에 이어 4위로 골인한 레온 크리스마이어 씨(21·독일)는 “교환학생으로 8월에 한국에 왔다. 서울은 도심이 이렇게 산에 둘러싸여있어서 정말 좋다. 마지막 인왕산 언덕 구간이 힘들긴 했지만 풍광이 정말 좋았다. 이제 맥주 한잔 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30km 여자부 1위 안기현 씨(28·4시간 23분 43초)도 “참가자들끼리 서로 응원도 하고 (반대편에서 오시는) 등산객 분들도 응원해주시니 재미있었다. 뒤도 돌아보면서 풍경도, 바람도 즐겼다”고 했다.

24일 열린 서울 트레일온런 30km 여자부에서 우승한 안기현 씨가 산악구간에서 등산객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고 있다. 서울트레일온런 사무국

딸보다도 어린 선수들과 뛰며 3위에 오른 박정순 씨(65) 역시 “뛰면서 계속 감탄했다. 명산에서 도시를 보며 뛸 수 있는 명품대회”라고 말했다.

경복궁 외곽-북악산을 경유하는 10km 부문에 참가한 한재훈 씨(34)도 “(청와대 뒷길이) 개방된 지 얼마 안 돼서 처음 가본 길이었는데 경치가 너무 예쁘더라”고 했다. 원래 함께 러닝을 즐겼지만 최근 임신을 해 남편을 응원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 임수현 씨(31)는 “저도 빨리 같이 뛰고 싶다”며 웃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트레일온런 사무국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이번 대회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푸르메재단에 기부한다. 이날 개회사를 맡은 윤종연 한국도시가스협회 부회장은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거의 극복되어 이렇게 함께 모여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여러분의 한걸음 한걸음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는 보람도 같이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대회에는 윤 부회장을 비롯해 박주헌 한국도시가스협회 사회공헌위원장,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박현진 동아일보 문화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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