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아트레터] 키아프에 참가한 알짜배기 갤러리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2. 9. 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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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험있는 다수 갤러리 키아프 첫 참가
한국 미술 생태계 다양해 질 수 있는 계기
기회 잘 살려 키아프만의 경쟁력 확보해야
[서울경제]

※'프리즈(Frieze) 서울'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개최를 전후로 서울은 ‘세계 현대미술의 심장’이라 불리는 뉴욕 못지 않은 예술도시로 부상했습니다. 이 기간을 전후해 잠시 서울에 머물렀던 ‘뉴요커’ 엄태근 아트컨설턴트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간 이번 주부터 연재를 재개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9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 전시 전경. 같은 기간 열린 '프리즈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지만 경쟁력 있는 외국 갤러리들의 참가가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키아프(kiaf)

20년 전통의 키아프(Kiaf)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다. 올해부터 키아프는 영국에서 시작된 프리즈(Frieze) 아트 페어와 같은 기간, 코엑스에서 함께 열렸다. 향후 5년 동안 공동 개최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동안 다수의 미디어와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프리즈에 참가한 메가 갤러리들의 슈퍼 블루칩 작품에 주목했다. 실제로 프리즈에 전시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피카소, 에곤 쉴레 등의 작품 앞은 방문객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블루칩 작가 조지 콘도 및 니콜라스 파티의 몇 십억 대 작품들은 개막 한 시간 내 완판되는 열기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9월 2일 개막해 6일까지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은 전년과 비슷한 열기로 호응을 얻었지만 같은 기간 함께 개최된 '프리즈 서울'과 비교했을 때 여러 측면에서 '숙제'를 남겼다. /사진제공=키아프(kiaf)

이처럼 마케팅과 홍보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프리즈에 비해 키아프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생각보다 많아 보인다. 우선 한국화랑협회 내에 키아프가 속해 있는 현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키아프 조직이 독립적이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화랑협회 내 갤러리 회원들이 키아프에 지속적으로 참가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올해 키아프에는 해외의 젊고 경쟁력 있는 갤러리들이 다수 참여했다. 국내에 덜 알려졌을 뿐, 단단한 경력을 쌓아온 갤러리들이다. 출품작의 가격대 또한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들 갤러리의 참가는 한국한국 미술 생태계를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중요 기회다.

신진 여성 아티스트 앤 벅 워터와 에리카 마오 등 미국 내 수요가 높은 젊은 여성 아티스트의 작품들로 부스를 꾸민 레이첼 우프너(Rachel Uffner)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NADA아트페어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우프너는 현재 슈퍼 여성 블루칩 작가가 되어버린 힐러리 페시스와 새라 휴즈를 만들어낸 아트 딜러이다.

최근 강남 청담에 분점을 낸 포르투갈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는 젊은 포르투갈 작가인 리카르도 파사포르테(Ricardo Passaporte)의 신작들로 부스를 꾸몄다. /사진제공=키아프(kiaf)

젊은 해외 갤러리들 여럿이 모여 있는 솔로 프로젝트(Solo Project) 부스가 흥미로웠다. 올해 처음으로 키아프 오프라인에 참가한 칼 코스티알 (Carl Kostyal) 갤러리는 호주 작가 데이비드 브래들리(David Bradley)의 페인팅을, 최근 강남 청담에 분점을 낸 포르투갈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 갤러리는 젊은 포르투갈 작가인 리카르도 파사포르테(Ricardo Passaporte)의 신작들로 부스를 꾸몄다.

역시나 ‘솔로 프로젝트’에 속한 LA의 메이크 룸(Make Room) 갤러리도 큰 주목을 받았다. 갤러리 주인인 에밀리아 린(Emilia Yin)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30대 이하 여성 30인’ 문화 부문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이다. 미국과 중국의 다양한 뮤지엄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린은 아직 젋지만 미국 미술계에서 단단히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인물이다. 올해 처음 참가하는 키아프에는 동양화적 요소를 서양의 유화와 접목시켜 독특한 화풍을 구상하는 한국 작가 유귀미의 작품들로 부스를 꾸몄다.

키아프 서울이 해외 젊은 갤러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솔로 프로젝트(Solo Project)'에 참여한 LA소재 메이크 룸(Make Room) 갤러리의 부스 전경. 동양화적 요소를 서양의 유화와 접목시켜 독특한 화풍을 구상하는 한국 작가 유귀미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사진제공=키아프(kiaf)

입지가 탄탄한 유럽의 갤러리들도 빛났다. 벨기에의 악셀 베르보르트(Axel Vervoordt) 갤러리는 김수자의 작업으로 솔로 부스로 꾸며 주목받았다. 한국 관객들과 첫 만남을 의식한 듯 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경험할 수 있는 김수자의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를 비롯해 ‘보따리(Bottari)’ 조각들로 부스를 채웠다. 이외에도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과 줄리안 오피(Julian Opie)를 전속작가로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크리스티아 로버츠(Cristea Roberts) 갤러리와 이탈리아의 갤러리아 콘티누아(Galleria Continua) 등은 이번 키아프에서 보여준 카스텔 홀러(Carsten Holler),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등 유명 작가들의 명성을 입증하듯 퀄리티 높은 작품을 엄선해 보여줬다.

아트페어는 밀폐되는 공간에 몇 백여 개의 갤러리가 한꺼번에 모여있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이에 한 갤러리가 아무리 좋은 작가의 작품들로 부스를 채워도 주변 부스 갤러리들 작품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전반적으로 질이 나빠지는 특수성이 있다. 이처럼 해외의 젊고 경험 있는 갤러리들이 들어오는 이 시점에 객관적인 심사를 통한 절차가 아닌 단지 회원이라는 이유로 키아프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이러한 관행은 키아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염려가 크다.

국내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한 벨기에의 악셀 베르보르트 (Axel Vervoordt) 갤러리는 관람객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경험할 수 있는 김수자의 ‘연역적 오브제' 등의 작품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제공=키아프(kiaf)

키아프는 프리즈와의 공동 개최를 통해 질 좋은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젊은 해외 갤러리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처음 참가하는 해외 갤러리 입장으로서는 국내 대중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자신들 프로그램을 소개하기에 키아프가 더 용이하다. 프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는 국내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젊은 MZ세대 컬렉터들과 좋은 관계를 쌓기에도 유리하다. 앞으로 키아프가 프리즈와 차별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젊은 해외 갤러리들의 참여나 단색화를 이어나갈 국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려는 갤러리들의 참여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를 계기로 키아프가 국제적인 아트페어로 자리잡고, 한국 미술계의 다양성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한 후 뉴욕을 터전으로 그곳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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