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중 분쟁 입법화조치..국내 반도체·자동차 악영향"

한은 해외경제포커스 '최근 미·중 경제분쟁 주요 이슈 및 시사점' 분석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입법화한 조치들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나 자동차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25일 한국은행이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공개한 '최근 미·중 경제분쟁 주요 이슈 및 시사점'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경제분쟁은 최근 지정학적·경제적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입법화한 조치가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은 자국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8월 9일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했다. 같은달 16일에는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입법화했다. 한은은 이들 입법의 구체적인 시행 조치에 따라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규제로 미국산 첨단장비의 중국내 공장 반입이 어려워질 경우 미세공정 전환과 생산능력 확충에 차질이 우려됐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낸드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공장 및 다롄 낸드공장 등을 운영중이다.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이 중국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내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제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동차 역시 국내 생산 전기차가 IRA의 신차구입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됐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전기차를 국내에서 전량 생산중인 데다 배터리 소재·부품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단기간내 요건 충족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IRA상 중국에서 생산된 핵심 광물 및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망간이 98.6%, 코발트 64.0%, 수산화리튬 83.8% 등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업체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미국으로 우회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과된 고율의 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양국 간 갈등 요인의 전개 방향에 따라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