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미, 한일 정상 만남..'굴욕', 구걸'로까지 평가할 일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5박 7일 간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이슈를 모두 집어삼키고 있다. 성과가 적지 않았던 지난 6월의 나토 순방은 '인사비서관 배우자의 동행'만 남았고, 이번 순방은 'XX'로 대표되는 비속어만 남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사적 대화라고 해도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발화된 순간부터는 더 이상 사적일 수 없다. 하루 24시간 전체가 공적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일을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15시간만의 해명은, 문제의 발단이 대통령 본인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이라는 말을 언급한 적이 없다', '바이든 이라는 말을 언급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명까지 15시간이 걸린 건 윤 대통령의 이런 입장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그래도 'XX'라는 비속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정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판에 단초를 제공한 대통령실, 그래도 '구걸'이란 평가는 적정할까
물론, 이런 평가의 단초는 대통령실이 제공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김 차장은 지난 15일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한미,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순방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높아졌다.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6898601 ]
상황 변화 많은 다자외교에 더해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변수
지난 8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다음날인 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을 18일 '국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때부터 9월 20일 유엔 총회 개막에 맞춰져 있던 각국의 대·내외 일정들이 조정되기 시작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주요 감염병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조달회의를 이번 달 19일 뉴욕에서 주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논란의 발언이 나온 바로 그 회의다. 하지만, 회의는 이번 달 21일(현지시간)로 연기돼 개최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의 여파다.
어떤 외교 일정도 국내 선거 일정보다 앞서기 어려운 현실
미국 내 사정은 민주당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정치자금공개법'(Disclose Act) 통과 촉구 연설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중간 선거를 한 달 여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어 사활이 걸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과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 내 사정이 맞물리면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해 온 국가들에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을 감안하면 비록 '48초'에 그쳤지만, 한미 양국 정상이 조우했다는 것도 평가할 부분은 있다. 일본 역시 윤 대통령과 같은 장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눈 것과 비교해서도 그렇다. 국내 지지율 하락세인 기시다 일본 총리 역시 외교 성과로서 '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지 않았을까. 미국이 시간을 쪼개 정상회담을 가진다면 한국이 일본 보다 우선순위에 있었을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한일 관계 사실상 방치했던 민주당의 한일 정상회담 평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굴욕', '참사'에 더해 '구걸'이라는 수식어까지 동원한 야당의 비판은 온당하고 적정할까. 반복해 얘기하고 있지만, 단초는 김태효 차장의 발표가 제공했다. 기대치만 잔뜩 높이고, 자칫 만남 자체를 무산 시킬 수도 있었던 그 발표가 이후 일본 측의 반발과 현재와 같은 비판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한일 관계 개선을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 둔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참모들은 그간 놓친 것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과 국익을 위한 온당하고 적정한 비판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국익을 보호하고 증대시키기 위해 질책과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불장군식 외교정책의 후과는 대통령 임기 5년을 넘어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굴욕','참사','구걸'이란 수사까지 동원한 주장은 비판일까, 비난일까. 치열하게 싸우고 비판하더라도 그 결과는 특정 정파나 정당이 아닌 국민 모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라야 한다. 더욱이 외교 영역에서라면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가. 과도한 용어까지 사용해 가며 공격과 수비를 하고 있는 여야 모두에 대한 질문이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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