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꽃 건네고 쿵푸..샤오미· 테슬라까지 가세한 '휴머노이드' 경쟁
지난달 중국 샤오미가 휴머노이드 ‘사이버원’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일론 머스크의 미국 테슬라 역시 휴머노이드인 일명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사람’을 뜻하는 ‘Human’에 ‘~와 닮은’이란 의미를 가진 접미사 ‘-oid’가 합성된 영어 표현으로, 말 그대로 인간형 로봇을 가리킨다. 얼굴과 몸, 두 팔과 다리가 있는 인간의 형상과 비슷한 것이 특징. 최근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다양한 얼굴 표정을 따라할 수 있거나 상황에 맞춰 사람처럼 웃을 수 있는 기술도 각각 선보였다.
휴머노이드는 휠씬 앞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나무서기와 공중제비까지 가능한 ‘아틀란스’를 내놓는 등 선두 그룹이 형성돼있는 로봇 개발 분야다. 하지만 일반 로봇보다 까다로운 고도화 기술력을 요하는 만큼 그동안 로봇 시장의 주력은 기계 팔처럼 일부분만 있는 산업용 제조 로봇이나 자율주행이 가능한 원통형 서빙 로봇 위주로 상용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이버원’ 선보인 샤오미 “걸음마 시작”
중국 샤오미는 지난달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가을 신제품 발표회에서 휴머노이드 ‘사이버원’을 공개했다.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첨단 팔과 다리, 2족(足) 제어 알고리즘을 장착했다. 키 1.77m, 몸무게 52kg. 한손에 1.5kg 무게의 물체를 들 수 있다고 한다. 사이버원의 곡면 OLED 모듈로 이뤄진 로봇의 ‘얼굴’에는 대화 내용 등이 표시된다. 사이버원은 85가지 종류의 소리와 45가지의 사람 감정을 분류 및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 샤오미의 설명이다.
이날 사이버원은 레이쥔 샤오미 CEO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한 후 레이쥔 CEO에게 꽃 한송이를 건네고, 쿵푸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레이쥔 CEO는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집적도가 가장 높고 난이도도 가장 높다”며 “샤오미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으며 사이버원은 매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다만 샤오미는 일단 사이버원을 선보이기만 했을 뿐 정확한 다만 출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샤오미는 사이버원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테슬라, 이달말 ‘옵티머스’ 공개
미국 테슬라는 오는 30일(현지시각) 개최하는 ‘테슬라 인공지능(AI) 데이’ 행사 때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한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이 같은 계획과 함께 옵티머스의 외관 모습을 예고한 상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키176cm에 몸무게 56kg로 알려졌다. 얼굴 부분에는 사람들과의 의사 소통을 위한 대화형 인터페이스 화면이 장착될 예정이다. 옵티머스는 20㎏짜리 물건을 운반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디넷 등 IT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사이버스페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로봇이 환경에 적응하고 인간이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인간과 크기, 모양, 기능이 거의 같아야 한다”며 “초기에는 반복적이고 지루하고 위험한 작업에 사람을 대체하지만,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비전은 요리, 잔디깎기, 노인 돌보기와 같은 수백만 가구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유용성이 매년 증가할 것”이라며 “미래에는 가정용 로봇이 자동차보다 저렴해져 10년 내 사람들은 부모에게 생일선물로 로봇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나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미국 지디넷은 테슬러의 옵티머스를 소개하면서 “자동차에 적용한 기술을 2족 보행 휴머노이드에 적용하는 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졌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같은 기업의 로봇 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길이 열렸다”고 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2016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선보인 데 이어,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한 손 짚고 장애물 뛰어넘기 등과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특히 이 업체는 뛰어난 동체 제어 능력과 균형 감각을 선보여 로봇 공학계에서 “다른 기업들에 비해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굴 표정·감정 표현 기술도 개발
형상이나 동작 뿐 아니라 얼굴 표정도 조금씩 비슷해지고 있다.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는 지난 9일(현지시간) 자사 휴머노이드 ‘아메카’가 인간 연구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아메카는 윙크를 하고 입술을 오므리는 등 다양한 표정을 선보였다. 거울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거나 웃는 표정을 짓는 아메카는 심지어 혐오하는 표정까지 짓기도 했다.
아메카는 지난해 말 개발 후 올초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 2022′ 때 실물이 공개된 적이 있는 휴머노이드다. 사람과의 대화는 물론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눈을 깜빡이는 등 감정 표현을 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엔지니어드 아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아메카의 얼굴 표정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아메카는 성별이 없고 피부 색도 회색으로 표현돼있다. 로봇 머리 안에는 17개의 개별 모터가 있어 로봇의 움직임과 표정을 제어한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처럼 걷지는 못한다.
또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교토대학 연구진이 휴머노이드 ‘에리카’에게 대화 중 적절한 시점에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로봇 사이의 대화를 더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인간과 웃음을 주고 받는 인공지능(AI) 대화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에리카는 앞서 지난 2015년 일본 교토대와 오사카대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뒤 처음 공개한 휴머노이드. 여기에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것이다.
코지 이노누에 교토대학 교수는 “대화형 AI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로봇이 사용자와 공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웃음을 나누는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했다.
◇인간과 닮은 로봇 개발 배경은
휴머노이드 개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래 기술 생태계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에반 애커먼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위원은 IEEE 학회지 ‘스펙트럼’에서 “일부 회사의 경우 로봇 개발이 엔지니어링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돋보이는 멋진 하이테크 기술을 갖추는 수단이 된다”며 “아직 완전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인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얻은 관련 기술을 다른 제품에 응용할 수 있다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IT업계에선 “그간 휴머노이드는 안내 도우미나 공연 등 대기업의 기술 보여주기용에 그쳤지만, 앞으로 극지방이나 사고 현장 등 사람이 가기 어려운 장소에서 인간 대신 작업하는 등 각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고 얘기도 나온다.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 겸 로멜라 연구소장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로봇이 제대로 일하려면 사람 모습을 닮아야 한다”며 “로봇이 살아가야 하는 환경이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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