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역화폐 정부지원 '뚝'..지자체 자구책 마련 분주
"지방비로는 사업 유지 힘들어..국회서 관련 예산 살려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국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 등 골몰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사업 자체를 접기 어려운 반면, 정부지원 없이 종전 할인율을 유지하려면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부활'하기를 바라면서도 발행 규모와 할인율 축소 등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25일 전국 광역·기초단체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한시적으로 이뤄진 국고지원을 종료하고 지역화폐를 지자체 사업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조522억원에서 올해 6천50억원으로 감소한 국고지원금은 내년 0원이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지역화폐는 효과가 개별 지자체에 한정되는 지자체 고유 사무"라고 설명했다.
도 단위 지자체는 대개 국비 4%를 지원받고 도비에 시·군비를 보태 지역화폐를 10% 할인 판매해 왔다.
지자체들은 국비지원이 끊기더라도 지역화폐 사업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는 두고 있다. 다만 할인율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강원 강릉시는 할인율을 6%로 낮춰서라도 '강릉페이'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성군은 할인 폭을 5%로 줄이고 1인당 월 구매 한도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종시 역시 국고 지원이 끊기면 '여민전' 캐시백을 5%로 낮추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경기 이천시와 안산시, 안양시는 할인 폭 6%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와 이 지역 시·군은 발행량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되 재정력이 좋은 곳을 제외하고는 할인율을 5% 선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도 정부지원이 끊기면 '행복페이' 발행 규모를 줄이거나 할인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도는 국비 없이 지방비로만 '탐나는전' 10% 할인 발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울산시(울산페이)는 다른 시·도와 중앙부처 동향을 살핀 뒤 여론과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발 빠르게 자체 재원으로 '인천이음' 캐시백 혜택을 올 하반기처럼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5∼17% 제공한다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대전시(온통대전)는 지역화폐 이용자의 소득수준별 소비실태를 정밀분석해 11월 초까지 내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시점에서 지자체들의 시선은 정부 예산안을 넘겨받은 국회로 쏠리고 있다.
전국에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를 방문하고 시도지사협의회에 안건을 올리는 등 지역화폐 예산을 다시 세워 달라고 요청해 왔다.
다가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비 지원의 필요성을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경기도 지역화폐 담당자는 "지역화폐는 일반적인 복지정책과 달리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려 결국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효과가 있다"며 "국회와 정부 부처를 수시로 방문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도 지방비만으로 지역화폐 사업을 추진하기는 무리라며 국비 2%라도 반영되게 해 달라고 정부와 지역 정치권에 건의했다.
부산시(동백전)는 국회에서 국비가 일부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양시는 내년도 지역화폐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견해나 주제어를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해 이어가는 방식의 지역화폐 릴레이 챌린지를 지난 7일 시작했다.
소상공인들도 내년 지역화폐 사업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광주시장의 한 상인은 "내년부터 국비가 끊기면 '상생카드'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원주중앙시장 백귀현 상인회장은 "어르신들도 지역화폐 사용이 익숙해져 쓸 만했는데 지원을 중단한다니 야속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국세와 지방세 세수 비율은 8대2로 불균형적인데 재정 지출은 지방정부가 더 많다"며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떠넘기기를 중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의 역할이 큰데 국비 지원의 싹을 한 번에 자르는 것은 과도하다"고 재고를 촉구했다.
(박재천 형민우 이재현 이은파 김인유 고성식 신민재 우영식 류성무 민영규 김선경 허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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