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안정되는데 월세는 왜 자꾸 오를까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2022. 9. 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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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금리 떨어져야 월세가 안정화"
사진=연합뉴스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전세매물이 나오면서 전세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올해 8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1.09% 상승에 그쳤으며 서울은 이보다 더 낮은 0.81% 상승에 불과했습니다. 8월로 한정하면 전국과 서울의 전세가격은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전세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에도 전세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듯합니다. 반면 월세가격은 전세가격보다는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의 월세가격은 1.46% 상승했습니다. 전세가격은 0.38% 하락했습니다. 월세가격 상승률은 확연히 눈에 띕니다.  

서울의 평균 월세보증금은 이미 2억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월세 또한 126만원에 이릅니다. 2년 전 1억2000만원의 평균 월세보증금과 112만원 평균 월세와 비교한다면 월세가격의 상승은 폭등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순수월세에 비해 준월세의 가격 상승이 더 가파르다는 점입니다. 순수월세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준월세가 대부분인데 현장에서 느끼는 월세 상승분이 만만치 않음을 나타냅니다.


월세가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세가격이 안정 또는 하락한다면 월세가격 또한 하락하는 것이 맞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월세를 단편적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판입니다. 월세 오르는 첫 번째 이유는 전세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가격은 안정되었지만 월세가 오르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전세대출도 쉽지 않고 전세대출 금리 또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월세가 더 이득입니다. 임차인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해 월세 임대차가 늘어나고 월세가격 또한 오르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임대인에게 부과된 보유세를 임차인에게 전가하기 때문입니다. 임대차2법이 통과된 후 1년 동안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오른 부분을 임차인의 임대료에 전가했기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마지막은 금리 인상 때문입니다.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월세가 오릅니다. 월세는 금리에 연동돼 움직입니다. 정부의 임대차법에도 월세 상한의 가격은 금리에 연동됩니다.

임대인의 대출금리 또한 기준금리 인상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보증금으로 상환하는 조건이 붙지만 신용대출까지 받았을 경우 대출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월세의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이 크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을 유지한 채 계약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월세가 올라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기준금리와 월세 및 전월세전환율은 아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전 세계가 미국을 추종해서 우리처럼 금리를 올리는 중이고 금리수준이 꽤 높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처럼 금리를 올리는 국가들은 많지 않습니다. 유럽(1.25%)은 이제 금리를 올리는 중이고 일본(-0.1%)은 요지부동이며 중국(3.7%~3.65%)은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중입니다. OECD 통계에 의하면 8월 현재 우리나라의 금리(interest rates)는 3.32%로 전세계에서 11번째로 높습니다. 1, 2, 3위는 콜럼비아, 남아공, 코스타리카 등의 국가입니다.

사진=뉴스1


개도국이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금리가 높은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높은 금리수준은 월세가격을 오르게 만들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금리를 가장 빠르고 큰 폭으로 올리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8.3%)을 보면 금리를 올린다고 물가를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이 갑니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월세 등 주거비가 빠르게 상승한 것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예상 밖으로 더 많이 끌어올린 탓이라고 합니다. 월세가 오르자 뉴욕증시는 폭락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었던 엘런 그리스펀(Alan Greenspan). 그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뉴욕 뒷골목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여다보거나 동네세탁소의 손님 수를 관찰하곤 했습니다. 각 가정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아지거나 세탁소에 옷을 맡기는 손님들이 많아지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한마디로 지갑이 얼마나 쉽게 열리는지를 관찰하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 세계의 엄청난 경제 데이터를 손쉽게 볼 수 있는 그가 왜 쓰레기통을 뒤졌는지 정책 담당자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통계나 데이터가 가지는 오류를 얼마만큼 현장 경제로 수정할 수 있는지가 살아있는 정책을 만드는 핵심 성공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왜 월세가 오르는지를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정책담당자가 절실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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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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